"그 기사 좀 내려줘" 연예인, 언론 압박 천태만상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1.06.24 10: 22

[OSEN 취재석=이혜린 기자] 음반 발매 하루만에 대략적인 총매출이 예상되고, 드라마 1회분만에 '대박-쪽박' 평가가 나뉘는 초고속 시대.
 
극도로 예민해진 연예관계자들은 기사 한줄에도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엄청난 양의 연예 기사가 쏟아지는 만큼, 연예기획사의 항의와 협박 전화 수도 많아진다고 보면 된다. 기자들 역시 기사 한 줄에 트집이 잡혀 악플에 시달리는 경우를 종종 보기에, 연예기획사의 불만 토로를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적정선'을 넘는 희한한 사례는 가끔 목격된다. 우리 '배우님'의 이미지를 위해서, 우리 '가수'의 의욕 향상을 위해서 비판적인 어조의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이 제일 대표적. 이들은 "우리 연예인이 해당 기사를 보면 가슴 아파할까봐"라는 이유로, 발음이 부정확하다거나 라이브 무대가 불안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우긴다.
 
매니저가 연예인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다 똑같겠지만, 이를 더욱 들여다보면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자신이 보스인 경우와 연예인이 보스인 경우. 매니저가 '사장'일 때의 항의는 쉽게 예상되는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기사가 나가면 난 망한다. 망하면 책임질거냐"부터 시작해 심하면 "고소하겠다", "뛰어내리겠다" 등 극단적인 반응이 많다.
 
이는 대체로 감정적인 것으로, 며칠이 지나면 대화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연예인이 보스인 경우다. 일부 연예인은 매니지먼트사에 '이러 이러한 기사는 용납하지 않는다'는 지령을 내린다. 그래서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 매니저는 기자에게 "이 기사가 계속 화제가 되면 내가 잘린다"고 읍소한다. 
 
한 유명 배우는 자신의 심기를 건드린 기사가 뜨자 '이 기사를 삭제시키지 못한다면, 매니지먼트사와 계약을 파기하겠다'고 협박, 해당 매니저가 아연실색하며 신문사로 뛰어들어온 적도 있었고,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담당 가수의 피부 트러블 기사에도 패닉에 빠졌다.   
 
연예인의 파워가 점차 세지면서 이같은 촌극의 강도도 높아지는 양상이다. 이제 비판 기사뿐만 아니라 팩트가 버젓이 있는 기사까지도 삭제를 요청해온다. 자신이 뚱뚱해보이는 사진을 게재했다고 난동을 부리거나, 자신이 직접 말한 사실을 쓴 것까지도 없던 일로 해달라고 우긴다. 보도자료로 배포한 사진을 금방 또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거나,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을 금시초문이라고 발뺌하는 사례도 자주 있다. 불미스러운 사건을 벌여놓고 실명이 보도됐다고 폭언을 퍼붓는 무개념 연예관계자도 있다. 
 
사실 이같은 일의 빈도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 예민한 연예인과 언론 보도까지도 통제해야 하는 미션을 떠안은 매니저, 기사를 계속 생산해내야 하는 연예 매체 간의 긴장도 늘어가고 있다.
 
rinny@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