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1군 복귀?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 모르겠다".
SK 김성근(69) 감독이 전날(23일) 광주 KIA전에서 8이닝 147구 8실점 완투패를 당한 후 2군으로 내려간 김광현(23)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은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전을 앞두고 감독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김광현? 10일 뒤에 복귀는 없다. 1군에 언제 복귀할 지도 모른다.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른다"면서 "김광현은 이제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고 애정 어린 쓴소리를 했다.

김광현은 전날 KIA전에서 평생 잊혀지지 않을 악몽 같은 경기를 치렀다. 위기 순간에서 김상현에게 3점 홈런을 두 차례나 맞으면서 8실점을 헌납하며 시즌 6패(4승)째를 당했다. 무려 3개의 홈런을 포함, 14개의 안타를 맞았다. 8개의 탈삼진은 무의미했다.
김광현은 이날 2007년 프로 데뷔 후 한 경기에 나올 수 있었던 최악을 모조리 기록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피홈런을 비롯해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기록을 떠안았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과는 타이. 각종 불명예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것이었다.

▲광현아, 스스로 살 길을 찾아라
일단 현재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에 대한 마음이 확고했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게 "스스로 살 길을 찾아라"는 명확한 숙제를 줬다.
김 감독은 "좋은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 공을 던지는 법을 모른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마인드다. 발상이다"라고 말하며 "컨트롤, 완급 조절, 타자를 보는 눈 등 종합적인 것을 파악해라. 던지면서 그것을 느껴봐라. 사람은 길이 없으면 어떻게든지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이 생긴다. 그것이 없으면 새로운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최근 부진 원인을 스프링캠프 때 투구수 부족을 꼽았다. 김 감독은 "김광현은 스프링캠프 때 1000개 정도 밖에 안 던졌다. 투구수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부족했다. 상대 타자들의 타격 기술도 좋아졌다. 김광현에 대한 대처 능력도 좋아졌다"라고 말한 뒤 "슬라이더가 아니더라도 타자들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김광현에게 달렸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번엔 코치들도 건드리지마!
보통 김광현은 2군으로 내려가면 투구 밸런스 문제 등으로 투수 코치들이 따라 붙어 조언을 한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은 이번만큼은 방향을 바꿨다. 그는 "이번에는 코치들도 김광현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일절 터치하지 말라고 했다. 모든 것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딱 잘라 말했다.
물론 이번에도 김상진 투수 코치가 김광현과 함께 2군으로 갔다. 그러나 김 감독은 "투수코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했다. 그냥 지켜보라고만 했다. 1위 추격을 당하고 있지만 로테이션을 떠나서 투수를 키울 때 필요한 것이 있다"면서 "오늘 이후로 김광현 관련 이야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기자들에게 부탁했다.
▲광현아, 너도 답을 알고 있다
비록 김광현이 2군으로 내려갔지만 김성근 감독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김광현도 KIA전에서 147개를 던지면서 해답을 찾았을 것이란 것이 김 감독의 생각이다.
김 감독은 "어제도 경기 초반에 147km 직구를 던졌다. 이후에 힘이 떨어져서 138km 직구를 던지더라. 힘은 떨어졌지만 그러면서도 삼진을 잡아내더라. 그런데 또 다시 140km 직구를 던지다 홈런을 맞았다. 그 순간의 경험이 얼마나 자기 머리 속에 남아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한 뒤 "우리는 안다. 그런데 본인은 모른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라며 단순히 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경기를 풀어나가고 위기를 극복해 내는 능력을 길러서 에이스의 자리로 돌아오라는 답을 제시했다.
김광현의 무기는 확실하다. 좌완투수라는 점, 그리고 역동적인 투구폼과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150km가 넘는 강속구가 있다. 여기에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130km 후반대 슬라이더도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싸움을 할 때 항상 무기가 있어야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안 싸우고 이겨야 한다. 150km로 던지지 않고도 상대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완급조절, 볼카운트에 따른 승부법도 알아야 한다. 스트라이크로도 잡고, 볼로도 상대를 잡아야 한다. 스트라이크 비슷한 볼을 던져야 한다. 올해 김선우가 잘 던지는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투수가 아닌 타자의 예도 들었다. 그는 "과거 장효조를 보라. 타격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볼넷을 골라 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타율이 그렇게 놓았다. 자신을 알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면서 "최근에 KIA 이용규를 봐라. 컨디션 안 좋을 때 커트 커트해서 볼넷 골라 나간다. 투수나 타자나 1년 내내 좋을 수가 없다. 나쁠 때 해결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고 또 다른 답을 안겨줬다.
김광현은 올 시즌 지난 5월 11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21일 1군에 복귀한 적이 있다. 김 감독은 "지난번 엔트리 제외때 와는 다르다. 이제 김광현은 2군 선수다. 모든 것은 본인 나름이다. 그러나 올 시즌 SK 유일한 완투 투수"라며 이번 2군행 조치 안에 누구보다도 각별한 애정이 있음을 나타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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