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요? 저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이야기가 나오면 또 신경쓰였던 건 사실이에요".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유망주. 그러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서 낙마한 후 대륙간컵에 다녀와야 했다. 올 시즌 한동안 슬럼프를 겪던 그는 다시 상승세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원석(25. 두산 베어스). 2005년 롯데에 2차 2순위로 입단한 뒤 2008년 12월 홍성흔의 프리에이전트(FA) 보상선수로 두산에 이적한 이원석은 2009시즌 팀의 줄부상 공백을 다재다능한 활약으로 메우며 2할9푼8리 9홈런 53타점으로 활약했다. 그가 없었다면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도 장담할 수 없었다.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1차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승선 가능성을 높였던 이원석은 그해 8월 19일 대구 삼성전서 강봉규의 강습타구에 오른손 중지 골절상을 당하고 말았다. 마침 조동찬(삼성)의 대표팀 승선에 자신감을 부쩍 잃었던 이원석은 결국 사복 차림으로 팀의 경기를 지켜보다 최종 엔트리서 낙마했다. 지난해 그의 성적은 104경기 2할6푼8리 8홈런 49타점.
올 시즌 개막 1군 엔트리 진입에 실패했던 이원석은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며 1,2군을 오락가락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친정팀 롯데와의 경기서 쐐기 스리런 포함 4타점을 올리며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올 시즌 이원석은 46경기 1할6푼3리 3홈런 10타점(24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지난 24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원석은 2군에서 자신의 부진 원인 분석 및 좋았을 때를 상기시켜 준 송재박, 김광림 두 타격코치에 대한 감사함을 표시했다. 포지션 경쟁자인 윤석민의 존재가 자신에게는 동기 부여의 수단이 된다는 것을 밝힌 이원석은 "꾸준히 기복없이 좋은 활약으로 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다음은 이원석과의 일문일답.
- 친정 롯데와의 경기서 다시 살아나는 모습을 비췄다. 롯데전서 임팩트가 큰 활약이 많았는데.
▲ 두산으로 이적한 후에는 부담이 되는 점도 있었다. 아무래도 홍성흔 선배 대신 온 만큼 부담도 있었고 반드시 잘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롯데전 성적이 사실 엄청나게 좋은 편은 아닌데(롯데전 2할7푼1리 6홈런 21타점) 뭔가 사직구장에 가면 편한 느낌이다. 롯데가 절대 만만한 팀이 아니지만 친정팀이라 그런지 또다른 안방에 온 느낌이랄까.
- 2군에도 다녀오면서 힘든 시기를 거쳤다. 그곳에서 집중한 부분은 무엇인가.
▲ 큰 부상이 없었기 때문에 경기도 거의 다 소화했다. 송재박 타격코치, 김광림 타격코치께서 계시는 데 코치님들과 함께 좋았을 때의 타격감을 찾는 데 노력했다.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이다.
- 1경기 4타점은 오랜만인 것 같다.
▲ 그렇다.(웃음) 지난해 4월 KIA전이었나. 그 때 이후로 1년 2개월 만에 1경기 4타점을 기록했으니 굉장히 오랜만이다.
- 껄끄러운 질문이지만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대한 애착이 많았는데 탈락으로 인해 상실감도 컸을 것 같다.
▲ 나만이 아니라 내 또래 선수들은 다들 그에 대해 낙담하거나 하는 일이 많았을 것이다. 핑계일 수 있겠지만 내 스스로는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에서 '신경 쓰지 말고 힘내라'라는 이야기들을 하시니. 신경 쓰였던 것은 사실이다.

- 감이 좋을 때 밀어치려는 노력이 컸고 결과도 좋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밀어쳐서 나오는 안타가 그리 많지 않다.
▲ 밀어친 안타가 올 시즌에는 딱 하나 밖에 없다. 잘 맞을 때는 스윙 궤적도 바람직하고 간결한 부챗살 타법이 되었는데 성적은 안 나오고 욕심도 많아져 저절로 당겨치는 타격이 되었던 것 같다. 잘 하려고 마음만 먹었는데 생각만큼 되지도 않았고.
- 김동주가 지명타자로 출장 중인 현재 3루를 놓고 윤석민도 함께 경쟁 중이다. 전지훈련 때도 거의 함께 훈련했고. 타격이 좋은 윤석민의 존재도 부담이 될 것 같다.
▲ 석민이 형은 타격도 좋고 수비도 나쁘지 않은 선수다. 특히 타격 면에서 나보다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나 또한 나름대로 수비에 대한 자신감을 갖추고 있다. 석민이 형 같은 좋은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내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 선수 중 최근에는 누가 많이 조언하는가.
▲ 룸메이트인 (오)재원이 형에게 타격을 많이 묻고 있다. 내게는 오 코치님이다.(웃음) 재원이 형 뿐만 아니라 다들 신경도 써 주시고 힘도 내라고 격려해주신다.
- 올 시즌 목표를 묻고 싶다.
▲ 어떤 성적을 기록하겠다기보다 시즌 끝까지 꾸준히 기복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타율을 많이 끌어올려야 하는 데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다. 올해는 홈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허슬 플레이 상'(홈경기 승리 후 경기 수훈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지 못했는데 조만간 나도 그 상을 받고 싶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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