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지 말라고 기도하고 있어요".
상큼한 미소로 돌아온 '캐넌히터' 김재현(36)이 하늘을 올려다 봤다.
25일 LG와의 경기에서 선수 은퇴식을 갖는 김재현이 전날(24일) SK의 홈구장인 문학구장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 캐주얼 여름 정장에 청바지를 차려입은 김재현이었다. 선글라스 자국이 살짝 비쳐져 미국 코치 연수생활을 가늠할 수 있었다. 또 카리스마 넘치던 선수 시절보다 좀더 넉넉하고 잦은 환한 미소가 귀국 후 그라운드를 다시 찾은 반가움을 대변했다.
이날 김재현은 김성근 SK 감독을 만나 앞으로의 진로와 은퇴식에 대해 상의한 후 덕아웃으로 나왔다. "야구장이 더 좋아졌다"며 바뀐 문학구장 외야 풍경에 새삼 선수시절을 떠올린 김재현은 "고생해서 얼굴이 안좋아졌다고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좋아보인다고 하더라"면서 겸연쩍은 듯 취재진을 반겼다.
"거의 매일 배팅볼을 던진다"는 김재현은 "1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아침에 도착한 적도 있다"며 LA 다저스 산하 싱글A 그레이트 레이크스 룬즈에서의 지도자 연수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재현은 "소속팀이 줄곧 리그에서 1위를 달리다가 내가 한국으로 나오기 직전 순위가 떨어져 지금은 2~3위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외야 수비부터 타격 등 여러 보직을 두루 맡아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거의 매일 배팅볼을 던지는데 처음에는 선수를 맞히기도 했다"는 그는 "처음에는 동양에서 온 이방인으로 취급하던 선수들이 타격하는 모습을 한 번 보여준 후부터 조금씩 오더라"면서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찾아본 선수도 있었다"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대화 주제가 은퇴식으로 넘어가자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은퇴식날인 25일 장마전선 영향에 따른 전국 비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풍 메아리까지 북상하고 있어 은퇴식을 26일로 하루 미룬다 해도 성사가 쉽지 않은 날씨다.
SK 마케팅팀과 상의를 거쳐 친정팀 LG와의 경기를 은퇴식으로 잡았던 김재현은 "연수 중인 팀 일정도 있어 이달 말일에 출국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번에 연기가 되면 어떻게 할지…"라며 말끝을 흐린 후 "비가 오지 말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하늘을 살짝 올려다 봤다. 이번 LG전에서 은퇴식을 치르지 못할 경우 김재현 입장에서는 돌아오는 한화와의 주중 3연전 아니면 오는 9월로 한참 미뤄질지를 결정해야 한다.
일단 김재현의 은퇴식날 입장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 하지만 기상청에 따르면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인천지역에 비가 올 확률은 90%에 달하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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