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투수 김광현(23)의 6월 23일 광주 KIA전 8실점 완투패를 보면서 느낀 소감입니다.
먼저 김성근 SK 감독이 김광현을 당연히 중간에 강판 시켰어야 했는데 무리하게 완투 시켰다는 게 두드러지게 머리에 남습니다.
일반적으로 김광현의 교체 시기는 KIA 김상현에게 3회에 역전 스리런을 맞고 5회에는 쐐기 3점포를 잇따라 맞아 스코어가 6-2로 벌어진 5회였습니다.

두번째 교체 시기는 6회말 첫 타자 김주형에게 솔로홈런을 맞아 7-2로 점수타가 더 벌어진 직후였습니다.
세번째는 김상현을 7회에 삼진을 잡았을 때였습니다. 김상현에게 두번이나 연거푸 홈런을 맞아 질책성 벌투 성격으로 계속 등판 시켰다면 테스트는 끝났다는 의미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 직후 이종범에게 적시 3루타를 맞고 또 한점의 추가 실점을 했으니 테스트-벌투의 의미도 희석됐습니다.
팀의 에이스로 꼽히는 김광현이 올해는 들쭉날쭉 피칭을 하고 투구 내용도 좋지 않은 점이 자주 드러나 김성근 감독은 올 시즌 수 차례 쓴소리를 던졌습니다.
김 감독은 "에이스라면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어떻게 던져야겠다고 구상을 하고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김광현이 얼마전 기자 인터뷰에서 “3년전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잘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김 감독은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뜻 아닌가. 안되면 더 좋아지거나 스스로 뭔가 찾아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뒤를 돌아보거나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김광현은 이날 김상현에게 2개의 홈런 모두 2사 후 볼넷이 겹친 뒤 허용하는 등 투구수를 낭비했고 마운드에서는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었습니다. 6회까지 맥그레인을 불펜에서 대기 시켰던 김 감독은 맥그레인마저 불펜에서 철수 시키고 끝까지 김광현에게 마운드를 맡겼습니다. 총 투구수 147개.
2-0으로 리드하던 경기를 뒤집힌 게 더 한층 김 감독에게는 충격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바로 올해 두번째로 2군행을 지시했습니다.
김 감독은 24일 OSEN 기자를 만나 "김광현이 언제 복귀할 지 모른다. 열흘이 넘을 수도 있다”면서 “좋은 공을 던지면서도 스스로 공을 던지는 법을 모른다. 기술적인 것이 아니라 마인드다"라고 말하며 "컨트롤, 완급 조절, 타자를 보는 눈 등 종합적인 것을 파악해라. 던지면서 그것을 느껴봐라. 사람은 길이 없으면 어떻게든지 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도전이 생긴다. 그것이 없으면 새로운 길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감독은 김광현의 부진 원인을 스프링캠프 때 투구수 부족을 꼽았습니다. "스프링캠프 때 1,000개 정도 밖에 안 던졌다. 투구수가 다른 투수들에 비해 부족했다. 상대 타자들의 타격 기술도 좋아졌다. 김광현에 대한 대처 능력도 좋아졌다"라고 말하고 "슬라이더가 아니더라도 타자들을 잡아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은 김광현에게 달렸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광현은 이날 2007년 프로 데뷔 후 자신의 최악의 기록을 모두 경신했습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피홈런(3개)을 비롯해 한 경기 최다 피안타(14개),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8점)을 남겼습니다.
팀의 에이스에게 일어난 비슷한 사례는 지난 1991년 8월 3일 잠실구장에서 LG-빙그레 이글스전에서 트윈스의 김태원이 12실점 완투패하고 3-12로 진 경기입니다.
김태원(당시 나이 24살)은 그 전해 18승을 올린 에이스였으나 그 해는 부진해 8승으로 그쳤는데 그날 9이닝 12실점 완투패를 기록한 것입니다.
한해 전 창단 첫해 우승을 일구어낸 트윈스의 백인천 감독은 김태원이 부진한데 대해 충격요법으로 12실점이나 하는데도 완투를 시킨 것입니다.
이처럼 일찌감치 승패가 갈린 경기에서 에이스 투수가 대량실점을 하며 완투패한 것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전문가나 기자들도 다양한 견해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나친 완투다’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더 나아지라는 거시적인 안목이다’라는 두 가지 의견으로 나누어집니다.
저는 너무 가혹했다는 쪽에 손을 듭니다. 김광현이 23살 비교적 어린 나이이지만 프로 5년차입니다. 그동안 몇차레 비슷한 김성근 감독의 질책성 조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본인도 김상현에게 홈런 두방을 맞고서는 경기가 기울어진 것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김주형한테 홈런을 맞았습니다. 정말 죽을 맛이었을 것입니다.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국제대회 경험도 제법 쌓은 김광현입니다. 채찍질이 아니라 반항 못하는 선수를 돌보지 않고 몰아치는 운영으로만 보입니다. 다음 날 2군으로 보낼 것이면 2군에서 지도해도 됐을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야구는 항상 팬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그날 현장의 관중이나 TV 시청자들은 누구나 놀랐고 안쓰러워했을 것입니다. 팬들은 프로야구를 보면서 재미를 원하고 박진감을 원합니다. 승패가 중반에 갈린 경기를 어느 한 투수가 지루하게 끝까지 던진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우리 야구를 한 단계 올리는데 기여한 김성근 감독이지만 김광현의 8실점 완투패 운영은 야구의 본질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선수를 닦달했다고 생각합니다.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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