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대전 시티즌의 왕선재(52) 감독이 지난 2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5라운드 수원 삼성과 홈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뒤 꺼낸 얘기다.
대전은 수원전 패배로 컵대회를 포함해 15경기 무승(5무 10패)라는 부진에 빠졌다. 올 시즌 초반 대전이 선두를 질주하는 등 신바람을 냈던 사실을 고려하면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대전의 추락은 8명이 구속 및 불구속된 승부조작에 있다. 단촐한 구성에 경기에 나설 선수가 없으니 1~2명이라도 부상을 당하거나 징계를 받으면 경기력이 요동치는 것.
그러나 왕 감독이 거취 문제를 거론한 이유가 성적 부진은 아니다.
대전의 선수단을 지휘하는 수장으로 승부조작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김윤식 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눈치였다.
왕 감독은 "선수를 영입하고 관리하는 것은 내 몫이다. 그럼 책임도 당연히 나한테 있다"면서 "나를 감싸려고 사장이 물러났다는 사실을 알기에 괴롭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왕 감독이 섣불리 거취를 결정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한 달째 구단의 행정업무가 마비된 상황에서 왕 감독까지 사의를 표명할 경우 사태는 최악을 향해 치닫을 수 있다.
왕 감독은 "일단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대전 축구의 명예를 훼손시키지는 않겠다"면서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시면 이 문제를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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