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이브는 없었다.
한화 외국인 투수 오넬리 페레즈(28)가 퇴출 수순을 밟는다. 한대화 감독은 26일 "오넬리를 내일(27일) 웨이버 공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7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오넬리는 27일 웨이버 공시로 퇴출 수순을 밟는다. 오넬리의 대체 외국인선수는 투수 쪽으로 이미 가닥을 잡았다. 오넬리의 웨이버 공시도 곧 대체 외국인선수 계약 마무리 임박으로 해석된다. 한대화 감독은 "늦어도 열흘 안으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오넬리는 개막 3달을 버티지 못하고 짐을 싸게 됐다. 입단 당시 50세이브 포부를 밝힌 오넬리. 왜 실패한 것일까.
▲ 좌타자에게 집중공략

한대화 감독은 "동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팔각도가 낮았다. 캠프 기간 중에도 좌타자 상대가 우려됐다"고 되돌아봤다. 입단 당시 선천적 다지증으로 '육손 투수'로 유명세를 탔던 오넬리는 투구폼도 특이했다. 팔 각도가 거의 사이드암에 가까웠다. 하와이 스프링캠프에서 오넬리를 처음 본 한용덕 투수코치도 "투구폼 때문에 우타자들이 치기는 까다로울 것이다. 그러나 좌타자들에게는 맞을 수 있다. 종으로 떨어지는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 오넬리는 종으로 떨어지는 공을 개발하지 못했고, 좌타자들에게 철저하게 공략당했다.
오넬리는 우타자 상대 75타수 16안타로 피안타율이 2할1푼3리밖에 되지 않았다. 볼넷을 7개 줬지만 탈삼진을 21개나 잡아내며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좌타자에게는 집중 공략당했다. 좌타자 상대 36타수 13안타로 피안타율이 무려 3할6푼1리였다. 삼진도 3개밖에 없었고, 볼넷이 5개로 더많 았다. 좌타자에게는 폭투도 2개나 있었다.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2009년 트리플A에서도 오넬리는 우타자(0.213)보다 좌타자(0.409) 피안타율이 극도로 높았다. 올해 프로야구 좌타자 비율은 무려 35.2%. 1이닝에 한번꼴로 좌타자를 만나야 했고 오넬리가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 불안한 위기관리능력
마무리투수의 필수 조건은 위기관리능력이다. 오넬리는 지난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도 되지 않는 7푼7리에 불과했고 14⅔이닝 동안 탈삼진 12개를 잡아내는 스터프를 자랑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딴판이었다. 득점권에서 43타수 13안타로 피안타율이 3할2리였다. 득점권에서 탈삼진 10개를 잡아냈지만 볼넷 9개와 몸에 맞는 볼 1개로 사사구는 무려 10개였다. 승계주자 실점률도 38.1%(8/21)로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하면 힘겨워했다. 블론세이브도 5개인데 그 중 3개가 동점 및 역전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저지른 터프 블론세이브였다.
시즌 초반부터 난타를 당하면서 점점더 궁지로 몰렸다. 한대화 감독이 따로 불러 "자신감을 가져라. 너의 강점을 살려라"고 주문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5월부터 마무리가 아니라 중간으로 내려갔다. 그는 "7회 이후는 언제든지 준비하고 있다"며 팀을 위해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였지만 이미 자신감을 잃은 공이 통할리 없었다. 점수차가 많이 벌어져있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안정감을 보였지만 조금이라도 타이트한 상황에서는 집중타를 맞았다. 결국 6월부터는 중간에서 패전 처리로 옮겼다. 보직이 없는 외국인 투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 프로는 실력이다
비록 마운드에서는 인상적이지 못했지만 오넬리는 특유의 친화력과 유머로 팀의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은 오넬리 개그의 결정판이었다. 16점차로 뒤지며 일찌감치 야수들을 소진한 한화는 오넬리를 패전처리로 마운드뿐만 아니라 타석에도 기용했다. 타석에 등장한 오넬리는 느닷없이 롯데 우완 진명호의 초구를 통타해 우익수 쪽으로 깊숙한 외야 플라이를 날렸다. 프로 입단 당시 유격수 출신이었다는 오넬리의 놀라운 파워를 증명한 타구. 비록 한화는 15점차로 대패했지만 오넬리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오넬리는 평소에도 남다른 친화력으로 국내선수들과 허물없이 어울렸다. 경기 전 동료들 앞에서 펼치는 '오넬리 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개막전 경기 중 마운드에서 넘어진 류현진과 안경을 고쳐쓰는 안승민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흉내내는 등 타고난 개그 감각으로 선수들의 인기를 샀다. 그러나 프로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곳. 당장 뭔가를 보여줘야 할 외국인선수가 실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우천 연기된 26일 연습 뒤 오넬리의 웨이버 공시 소식을 접한 류현진은 한동안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는 어쩔 수 없다. 실력이 우선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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