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안오는구만".
은퇴식이 무기한 연기된 김재현(36)의 목소리는 허탈한 웃음 속에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26일 문학구장에서 예정됐던 SK와 LG전이 태풍 메아리의 북상 여파로 취소됐다. 이는 곧 김재현의 선수 은퇴식도 함께 무산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당초 예정됐던 전날(25일)에 이어 이틀 연속 은퇴식이 밀리면서 결국 김재현의 은퇴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돼버렸다.

일단 김재현과 SK는 '주말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른다'는 기본적인 합의만 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오는 7월 9일 문학 롯데전이 그나마 유력한 상황.
하지만 이마저도 김재현이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는 소속팀 미국 LA 다저스 산하 싱글A 그레이트 레이크스 룬즈의 일정 조율이 필수 조건이다. 그레이트 레이크스 측에서 "오는 30일 예정대로 들어오라"고 하면 김재현으로서도 어쩔 수 없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김재현의 은퇴식은 무기한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이에 김재현은 "아침에 일어나보니 비도 오고 해서 경기장에 가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지금 보니 비도 오지 않는다. 그냥 했으면 됐을텐데….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다"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재현은 귀국 후 수많은 지인들을 만나느라 눈코 뜰새가 없는 상태다. 은퇴식 때문에 귀국했는데 정작 해야 할 일은 하지 못하고 있다. 전날도 절친한 선배인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 등 반가운 지인들을 만났지만 은퇴식 걱정에 마음 놓고 술잔을 기울이지도 못했다고.
이어 앞으로의 일정을 묻는 질문에 "답답하다"고 말한 김재현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속팀과 전화를 통해 물어봐야 한다"면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아쉬워했다.
오후 5시 시작될 예정이던 이날 프로야구 경기는 3시간 전에 이미 모두 취소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일찌감치 내려진 메아리의 태풍 예보와 이날 아침부터 시작된 강한 비 바람 때문이었다.
그런데 김재현의 말대로 거짓말처럼 이날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오후 1시가 넘어서면서 잔뜩 흐린 날씨가 조금씩 개기 시작했다. 실제로 경기 개시 시각이던 오후 5시가 돼서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이래저래 김재현이 '선수' 딱지를 떼는 일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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