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없었던 16년만의 적색과 청색의 '열전'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심판에 대한 항의도 거침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1995년으로 돌아갔다.

26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연고전 혹은 고연전은 한치의 양보가 없었다. 우승 혹은 상금이 걸린 경기는 아니었지만 자존심의 싸움이었다. 최고의 선수라고 양보가 없었던 양교의 선수들은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몸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다.

최선이라고 말하기 보다는 필승의지가 덧보였다. 뚜렷하게 대비되는 빨간색과 파란색의 유니폼은 농구화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그만큼 치열한 경기는 계속됐다. 화려한 플레이는 볼 수 없었지만 몸을 사리지 않았다.

볼이 사이드 라인으로 아웃되기전에 달려들고 3점슛이라도 던질라 치면 수비는 몸을 던졌다. 사소한 득점이라도 올린다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실제로 경기 내용은 크게 좋지 않았다. 오랫동안 운동을 쉰 선수들의 경우 외곽포는 림을 외면했고 드리블을 시도할라치면 뺏기고 말았다.

하지만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동문들의 응원은 코트위의 늙은 선수들에게 변함없는 투지를 불어넣었다. 고대의 김기만은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나와 본인의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에어본' 전희철(SK코치)는 종아리에 부상을 입었지만 계속 경기에 나서겠다고 김동광 감독을 졸랐다. 이상민은 미국에서 갑작스레 들어와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예전의 산소같은 모습으로 경기에 임했다.

은퇴한지 얼마되지 않은 싱싱한 선수들의 활약이 이어졌다. 특히 가장 최근한 선수 중 하나인 '피터팬' 김병철은 16년전 모습 그대로 경리를 펼쳤을 정도.

승리는 고대가 차지했다. 한국 스포츠의 대표적인 라이벌전인 정기전에 대해서는 모두 즐거운 모습이었다. 승리의 일등공신인 김병철은 "16년만에 긴장과 흥분을 가지게 되어 너무 기쁘다"면서 "농구 발전에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연대와 경기를 붙게 되면 스트레스가 대단하다. 학교 다닐때도 그랬지만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했다. 일단 은퇴는 결정했다. 뛰고 싶은 생각은 있지만 생사로 경기를 뛴 것에 만족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은퇴 후 오랫만에 코트를 밟은 이상민은 "은퇴한 후 가정에 집중하기 위해 농구공을 잡지도 않았고 인터넷으로 뉴스도 검색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참가하지 않았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 같다. 즐겁게 경기에 임한 것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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