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종욱, "우리 이렇게 무너질 팀 아니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7 07: 21

"아직 통증은 남아있어요. 그렇다고 '아파서 못 뛰겠다'라는 이야기는 핑계겠지요".
 
동료들 그리고 팀을 떠난 수장에 대한 미안함. 그는 개인 성적보다 예상 밖 하위권으로 처진 팀 성적의 수직 상승을 바라며 다시 눈빛을 반짝였다. 두산 베어스의 대표 톱타자 이종욱(31)의 이야기는 그래서 힘이 실려있었다.

 
청소년대표-국가대표 엘리트 코스를 거쳐 2003년 현대(1999년 2차 2순위)에 입단했으나 별다른 활약 없이 상무 제대 후 2005년 방출되었던 이종욱. 그러나 그는 2006년 절친 손시헌의 도움 아래 두산에 입단, 빠른 발과 근성있는 플레이를 앞세워 어느덧 국내 최고 톱타자이자 중견수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62경기 3할1리 2홈런 22타점 10도루.(27일 현재) 지난 4월 24일 대전 한화전서 그는 상대 투수 마일영의 태그를 피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다 왼쪽 엄지 관절 타박상을 입었던 바 있다. 그러나 이종욱은 부상이 호전되길 바라기보다 자신이 잠시 뛰지 못하던 때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에 더 안타까워했다.
 
최근에는 옆구리 통증도 이종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중. 잠실 KIA 3연전이 비로 인해 모두 치러지지 않은 틈을 타 부상 회복에 힘쓴 이종욱은 진지함을 기본으로 희망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팀의 저력을 믿는 만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이야기.
 
 
 
▲ 잇단 부상, 그러나 웃음 주는 가족
 
"아직 통증이 남아있기는 해요. 여기 보세요. 아직도 새하얗잖아요".
 
이종욱의 왼손은 흑백이 선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4월 하순 부상 당했던 왼손 엄지 부위에 자주 테이핑을 하면서 경기에 나섰기 때문. 5월 초 잠시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지만 팀의 하락세가 뚜렷했기 때문에 그는 아픔을 참고 경기에 나섰다. "트레이너진이 최고의 테이핑을 해준다"라며 웃은 모습 뒤에는 투지가 숨어있었다.
 
"부상이 시즌 초반부터 일어나서 팀에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제 대신 나섰던 선수들도 다들 잘하는 선수들인데 자기 생각만큼 플레이가 되지 않는 모습에 더 미안하기도 했고. 그래도 지금은 팀 분위기가 많이 좋아졌어요. 이제 정상적으로 공헌해야지요".
 
타격과 송구에 직결되는 부위에 부상을 입은 만큼 쉽게 낫지 않고 있는 현재. 그는 오른쪽 옆구리에도 통증을 안고 있다. 김경문 감독 중도퇴진 이후 투지를 불사르며 적극적 베이스러닝을 펼치다 다시 도루 시도를 자제하는 이유다.
 
"아직 뛸 때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특히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부상 당한 것도 있어서 더 부담이 커지기도 하고. 아직 몸 상태에 제가 만족을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탄력도 정상적인 날 같지 않고".
 
이야기가 갈 수록 음울해지는 분위기 때문에 화제를 두 살 된 딸 예소 쪽으로 몰고갔다. "가끔 보면 우리 애가 '미운 세 살'이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라며 웃은 이종욱이지만 누가 봐도 '딸바보'의 흐뭇한 웃음이었다.
 
"이제는 딸 아이가 자기 의사 표현을 하는 시기라 저도 자주 골탕을 먹지요.(웃음) 그래도 아내와 딸 아이 보는 재미에 웃습니다. 밖에서 스트레스를 받아도 집에 오면 정말 눈 녹듯 마음이 풀어지니까요. 원정도 많은 생활이라 되도록 딸 아이와 놀아주려고 하는데. 어휴, 정말 모든 아빠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어요".(웃음)
 
 
 
▲ 우리의 경기력 올라오고 있다
 
방출생 신분에서 국가대표 톱타자가 되기까지 이종욱은 많은 것을 얻었다. 팬들의 사랑을 얻었고 가장 귀중한 가정을 얻어 가장이 되었다. 그 와중에서 그는 몸을 사리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는 자신이 되길 바랐다.
 
"요즘은 그런 생각 많이해요. 개인적인 성적 목표가 아니라 일단 동료들이나 저나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4월 부상을 당한 후 제 몸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예전에는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뛰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새삼 느끼고 있어요. 이제는 제가 가장이니까. 단순히 성적이 안 좋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다쳐서 경기에 뛰지도 못하고 답답해 하는 것은 이제 용납이 안 됩니다. 건강하게 좋은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김경문 감독의 중도퇴진이라는 커다란 아픔을 겪은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 두산은 8경기 5승 3패를 기록 중. 이는 같은 기간 성적으로 삼성(7승 3패)에 이어 SK와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커다란 충격파 속 선수들은 자신들이 정말 해야하는 야구의 감을 찾고 있다. 이종욱도 이를 높이 평가하며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제 경기력으로 올라올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상승세를 타는 시점이 되었다고 느낀 게 지난 21,23일 사직 롯데전이었어요. 한 번은 역전을 시켰고 한 번은 동점을 내주고 다시 리드를 잡아냈지 않습니까. 얼마 전까지만해도 동점을 내주면 분위기까지 내주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끝까지 해보자'라는 분위기가 확실히 조성되었어요. 우리 이렇게 무너질 팀 아닙니다".
 
두산의 다음 일정은 넥센과의 목동 원정 3연전. 두산 이적 초기 현대-히어로즈에 약한 모습을 보이며 본의 아니게 '친정에 약한 효녀'가 되었던 이종욱은 지난해부터 넥센 상대 4할4푼7리(76타수 34안타) 6타점 14도루 19득점의 엄청난 위력을 발산 중이다. 친정 격인 팀이 넥센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매 경기 불방망이다.
 
"그 전에는 친정팀이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게 마음에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그런 약한 생각 접고 우리 팀이 이기는 데 집중해야지요".(웃음) 6위(28승 2무 35패)까지 밀려버린 두산이 다시 반격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을 이종욱의 이야기에서 느낄 수 있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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