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흥미는 두산이 얼마나 올라오느냐 하는 것이다".
'립서비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근(69) SK 감독이 두산의 행보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김 감독은 26일 문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LG와의 홈경기가 태풍 메아리의 여파로 순연된 후 취재진과 만나 두산의 상승세를 예상했다.

이는 이번 3연전이 모두 우천순연되면서 맞붙지 못한 LG 때문이기도 하다. LG는 이번 SK와의 3연전을 위해 리즈-주키치-박현준 사실상 1~3선발진을 대기시켜 놓은 상태였다. SK를 제대로 몰아붙여 다시 선두를 위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였다.
결국 이들 3명의 LG 선발진은 고스란히 삼성과의 주중 3연전(28~30일)으로 넘어가게 됐다. 삼성 역시 LG를 상대로 전력 투구가 예상돼 팽팽한 대결이 예상된다.
반면 두산은 최하위 넥센과의 주중 3연전(28~30일) 후 LG와 주말 3연전(7월 1~3일)을 펼친다. 다시말해서 두산 입장에서는 전력으로 넥센을 상대한 후 상대적으로 헐거워진 LG 선발진을 상대하는 셈이다.
▲여전히 두려운 존재
김 감독은 우천순연으로 나흘 휴식을 취한 두산에 주목했다. 최근 4경기 동안 3승1패를 기록한 두산이었다. 비록 현재 5위 롯데와 0.5경기, 4위 LG와 6.5경기가 뒤진 6위의 두산이지만 이 사이 평균자책점은 2.55로 8개 구단 중 가장 안정적이었다. 더불어 팀타율도 2할8푼9리로 마운드와 균형을 이뤘다. 득점도 경기 당 7점에 가까운 대신 실점은 2.5점 정도.
김경문 감독이 물러나고 김광수 감독대행이 사령탑에 올랐지만 두산은 두산이란 뜻이다. 김 감독은 "5~6경기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10~20경기를 남겼을 때는 3경기 좁히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두산은 60경기 이상(68경기) 남겨 놓았다"면서 "두산이 4강에 오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는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 맞상대이면서 2009년 플레이오프까지 3년 연속 진검승부를 겨뤘던 두산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를 어떻게 치르는지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두산이다. 베테랑과 젊은 신진 세력들의 조화가 잘 이뤄져있고 승리하는 법을 알고 있다.
또 두산이 한 번 분위기를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을 몰아가는 팀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다. SK 선수들조차 여전히 인정하는 팀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좀더 혼전이 되길 바라는 마음
한편으로는 선두권 유지를 위한 바람이 담겨 있기도 하다. SK는 두산을 상대로 벌써 11차례(우천순연 1경기) 맞붙었다. 6승5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고는 있지만 쉬운 경기를 한 기억이 없다.
그런데 SK는 이제 오는 8월 9~11일 잠실경기까지 두산과 만나지 않는다. 올스타 브레이크까지 한참 지나야 만날 수 있다. 직접적으로 상대해 꺾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곧 김 감독의 말은 그동안 만나지 못하는 두산이 선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LG, 삼성, KIA 3팀을 만나 경기를 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두산이 잘할 경우 SK로서는 선두권 유지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
김 감독은 2군으로 내린 김광현이 빠진 선발진에 대해 "김광현이 빠진 선발진을 돌려봐도 문제가 없다. 다됐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투수는 송은범이 키(열쇠)다. 자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그는 "올스타전까지 글로버와 함께 3승 정도 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곧 김 감독이 최소 전반기까지의 목표 구상을 마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온갖 변수까지 생각해뒀다는 뜻이다.
그만큼 두산이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선두권에서 부딪히고 있는 삼성, KIA, LG 까다로운 3팀을 꺾어달라는 뜻일 수 있다. 과연 김 감독의 예상대로 두산의 저력이 불을 뿜을 지 궁금하다. 그럴 경우 4강은 더욱 혼전에 빠지고 관중들의 호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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