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최형우', 올 시즌 홈런왕은 누구?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27 12: 15

'괴물투수' 류현진이 타석에 서있는 '빅보이' 이대호를 노려본다. 그리고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다.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고 와인드업에 들어간다. 류현진은 150km 직구를 몸쪽에 던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공을 매섭게 집중하던 이대호는 힘차게 배트를 돌린다. 배트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강력한 파열음을 내고 내야를 넘어 외야마저 넘어 좌측 관중석 상단에 떨어졌다.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올해도 6월 27일 기준 264경기에서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대호를 비롯해 97명 타자들이 109명의 투수를 상대로 383개의 홈런을 쳤다.
 

지난주 프로야구는 장마와 태풍 메아리의 영향으로 예정됐던 24경기 중 9경기 밖에 열리지 못했다. 특히 무더위를 시원한 홈런포로 날리는 야구팬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한 주였다.
▲올 시즌 홈런왕 후보는?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이대호(29, 롯데)와 최형우(28, 삼성)의 2파전이 예상된다"면서도 "이대호가 홈런왕 2연패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대호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44홈런을 날리는 등 타격 7관왕을 차지한 이대호는 올해도 크레이지모드로 타격 전 부문에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이대호는 27일 기준 18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 부문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시즌 초 4월에 홈런이 4개에 그친 이대호는 박용택, 최형우 등에게 1위 자리를 내줬으나 5월 25일 삼성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날리는 등 5월에만 9개, 6월에도 5개를 날렸다. 특히 6월 21일 사직 두산전에서는 본인 생일을 맞아 홈 팬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자마자 홈런을 날리는 화끈한 팬서비스를 보여주며 역시 이대호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대호는 시즌 18호 홈런을 날린 뒤 "타격 페이스가 지난해보다 약간 빠르기는 한 것 같다. 그런데 과연 지난해만큼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 30홈런 이상은 때려낼 수 있겠지만 40홈런 이상은 힘들 것 같다. 2010시즌에는 9경기 연속 홈런 기록도 있고 몰아치는 시기도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페이스를 달릴 경우 이대호는 산술적으로 37개의 홈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일단 몸 상태가 지난해에 비해 좋지 않다. 올해 1루수로 전향한 것도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기 때문인데 6월 들어 지명타자로도 몇 차례 출장했다. 더불어 지난해 이대호를 도와줬던 홍성흔이 부진하면서 투수들의 견제가 더 심해졌다. 이대호는 "누가 내 앞뒤를 받쳐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내가 잘해야 한다. 홈런 욕심은 크게 없다. 팀도 어려운데 적시타를 때려내고 주자를 모으고 불러들이는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홈런왕 2연패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대호다'는 말처럼 가장 유력한 홈런왕 후보임에는 틀림없다.
최형우는 이대호의 가장 큰 경쟁자다. 최형우는 27일 현재 68경기에 출장, 16홈런으로 이대호를 2개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형우는 지난해 24개의 홈런을 날리며 개인 최다 홈런을 기록하는 등 타격에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4월에는 홈런이 3개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5월에만 9개를 쏘아 올리며 이대호를 긴장시켰다. 6월 들어 22일까지 2개에 그치며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으나 23,24일 연속 홈런을 날렸다. 최형우는 한 경기 멀티 홈런이 한번도 없는 것이 이대호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한 여름에 뜨겁게 달궈진 그의 방망이는 언제 터질지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무엇보다 최형우는 올 시즌 목표로 하는 홈런 개수가 이대호보다 많은 40개다. 최형우는 "이제 겨우 14개밖에 치지 않았다. 홈런왕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 지금 감이 좋거나 20개 이상 쳤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홈런왕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그렇다"고 말하면서도 "40홈런 목표는 변함없다. 스물 몇 개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해도 내 목표는 40홈런이다. 무조건 목표는 크게 잡고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높은 곳을 바라보는 삼성의 4번타자다운 면모였다. 최형우는 지금과 같은 페이스일 경우 통계적으로만 놓고 볼 때 28개가 예상된다.
홈런왕 레이스를 놓고 허구연 위원은 "이대호가 유력하다. 그러나 최형우가 올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이대호의 스윙은 한국 야구 30년 역대 최고다. 홈런을 치려면 오른쪽 어깨가 조금 쳐져서 나와야 하는데 이대호의 스윙이 그렇다. 오른쪽 어깨가 떨어지면 약점이 되기도 하는데 이대호는 다 잘 친다. 몸쪽, 바깥쪽, 높은공, 낮은공, 가운데 들어오는 공은 말할 것도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허 위원은 또 최형우에 대해 "무엇보다 스윙 메커니즘이 많이 좋아졌다. 최형우는 공을 잡아 놓고 때리는 능력이 뛰어나다. 스윙도 부드럽고, 노려치기에도 강하다. 올 시즌 그의 플레이를 보면 홈런타자 반열에 올라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최형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대호가 앞뒤 타자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역대 홈런 우승자는?
그렇다면 역대 홈런왕 우승자는 누가 있을까. 지난 1982년 프로야구 원년에는 콧수염을 기른 해태 공포의 타자 김봉연을 시작으로 29년 동안 총 16명이 홈런왕에 올랐다.
김봉연은 1982년(22개)과 1986년(21개) 두 차례 홈런왕에 등극했고, 삼성의 안방마님 '헐크' 이만수는 1983년부터 1985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만수는 83년 27개, 84년 23개, 그리고 85년에는 김성한과 함께 2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1987년에는 김성래가 22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첫 홈런왕을 차지했고, 오리궁둥이로 잘 알려진 해태 김성한은 1988년(30개), 1989년(26개) 2년 연속 홈런킹이 됐다. 1990년에는 신고선수 신화의 주인공인 빙그레(현 한화) 장종훈이 28개로 홈런왕에 오른 뒤 1991년 35개, 1992년에는 41개로 첫 40홈런 시대를 열었다.
1993년에는 삼성 김성래가 28개로 두 번째 홈런왕에 올랐고, 1994년에는 쌍방울 좌타 거포 김기태가 25홈런으로 1등을 차지했다. 1995년에는 OB(현 두산) 오른손 거포 김상호가 25홈런으로 결코 쉽지 않은 잠실 출신 홈런왕이 됐고, 1996년에는 박재홍이 30홈런을 쏘아 올렸다. 1997년에는 '라이언킹' 이승엽이 32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1998년에는 OB 외국인 타자 타이론 우즈가 42홈런으로 한국야구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하며 최초 용병 홈런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러자 이승엽은 1999년 54홈런을 폭발시키며 역대 최다 홈런이자 최초 50홈런 시대를 열었다. 2000년에는 현대 안방마님 박경완이 40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했고, 이승엽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홈런킹이 됐다. 특히 이승엽은 2003년 56홈런을 폭발시키며 아시아의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박경완은 2004년 34홈런으로 또 다시 홈런왕에 올랐고, 2005년 현대 외국인 타자 서튼이 35홈런으로 역대 두 번째 외국인 홈런왕이 됐다.
2006년에는 '빅보이' 이대호가 26홈런을 폭발시키며 처음으로 홈런왕에 올랐고, 2007년 심정수(31개), 2008년 김태균(31개)이, 그리고 2009년에는 '트레이드 신화' 김상현이 36홈런으로 홈런 1위를 차지했다. 2010년에는 이대호가 전 세계 야구 역사에서도 전무후무한 9경기 연속 홈런포를 몰아치며 44홈런으로 1위에 올랐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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