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시리즈 기획
백광균 예림당 이사
학습만화 바이블…초등생 평균 12권씩

잘나가던 ‘왜’ 시리즈 이름 바꿔 대박
홈쇼핑 효과도…“과학 진화” 개정 계속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이달 1일 한 기사가 올라왔다. 예림당이 출판한 학습만화 ‘와이’(Why?) 시리즈가 40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는 내용이었다. 국내 출판업계 사상 최초의 일이다. 1개의 콘텐츠로 4000만부 판매고를 올린 것에 대한 공식집계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팔린 책을 죽 쌓아 놓으면 높이만 600km에 달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241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기록적인 판매 행진을 이끈 베스트셀러의 판매율은 가끔씩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주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 대부분이었다.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더구나 학습만화서로서는 달성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 안에 무엇이 이토록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일까. 그 까닭을 찾아 장맛비가 쉬지 않고 내리던 지난 23일 ‘Why?’ 시리즈를 기획한 백광균(51) 이사를 만났다. 그는 20년째 예림당에 근속 중이었다.
“우리가 4000만부를 팔았오”
책 판매부수에 대한 정확한 공개를 하지 않는 것이 출판계의 불문율이다. 설사 공개가 된다고 해도 때론 축소돼 발표됐고 때론 부풀려졌다. 여기엔 첨단의 IT시대에도 ‘시아버지도 며느리도 모르는 책 판매통계’라는 출판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한몫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Why? 시리즈가 4000만부를 넘겨 팔렸다’는 보고는 업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예림당은 2007년 이미 1000만부 판매돌파를 신고했다. 당시엔 기념이 될 일도 했다. 낙도에 1000세트 기증행사를 펼쳤다.
4000만부 판매에 대한 소회를 묻자 백 이사는 “Why?를 만난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고 말문을 연다. 고생보다는 보람이었다는 것이다. 그럴 만 했다. 현재 초등학교 학생 수는 330만명 정도. 4000만부는 그 학생들이 평균 12권씩의 ‘Why?’를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숫자라는 계산을 보여준다.
‘왜’가 ‘Why’가 된 이유
‘Why? 시리즈’의 원조는 ‘왜’다. 1980년대 10권의 학습만화 과학시리즈로 만들어졌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백 이사는 “과학이 국시를 이루던 사회적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졌던 시리즈였다”고 회고했다. 여기에 아이들이 자라면서 항상 궁금해 하는 ‘왜 그럴까’에 대한 의문을 만화로 쉽게 풀어주자는 목적이 부합했다.
그렇다면 잘나가던 ‘왜’를 왜 ‘Why’로 변모시켰을까. “우선은 10년이 경과한 책들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고 백 이사는 말했다. 그 과정에서 영어를 사용해 글로벌 시대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받아들여졌다. 이후 백 이사를 주축으로 ‘Why?’를 담당하던 팀은 기존에 출간된 ‘왜’ 10권에 대한 개정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초·자연·응용과학 분야에 대한 추가 기획을 진행했다. 1997년 일이다.

한국사·세계사·인문사회까지 90종
3년 준비작업을 거쳐 ‘Why? 시리즈’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2001년. 그해 5종을 냈고 다음해까지 12종이 나왔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90종으로 늘었다. 과학을 주축으로 형성된 메가 브렌드인 Why?는 현재 51종을 낸 과학 외에 ‘Why? 한국사’ 15종, ‘Why? 세계사’ 13종, ‘Why? 인문사회’ 11종을 출판했다.
백 이사는 “앞으로의 과제는 ‘Why?’의 이 분류들을 좀더 세부적으로 확장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인문사회’에선 인문고전을 준비 중이고, 초등교과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을 다루는 ‘Why? 피플’, 할머니도 쉽게 배우는 영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할 ‘Why? 그랜마 영어’ 등을 기획하고 있다.
해마다 50%의 신장률
‘Why?’의 폭발적인 판매량은 2004년부터 시작한 홈쇼핑 판매를 통해서다. 백 이사는 “마침 불붙기 시작한 홈쇼핑에 책을 내놓은 것이 판매 곡선을 수직상승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매출도 늘었지만 일반 독자에게 홍보하는 효과도 적잖았다. 홈쇼핑 판매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지난해까지 ‘Why? 시리즈’는 6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4년부터 해마다 50%의 신장률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엔 조금 둔화됐다. 20% 상승했다.
20년째 한 회사서 아동물만 기획
백 이사는 1990년부터 예림당에서 일했다. 전문잡지에서 2년 6개월을 일하다 옮긴 회사였다. 그는 “즐기면서 일하는 재미”가 독특하다며 “책 만드는 일이 여전히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Why? 시리즈’처럼 성공을 맛볼 기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뼈아픈 실패로 15년 전 출판한 ‘학습대백과’를 꼽는다. 300페이지 5권짜리 이 세트기획의 실패요인으로 가격이 지적됐다. 백 이사는 “사진·그림·글 모두가 좋았는데 10만원이란 비싼 가격이 문제였다”며 시장을 잘못 읽었다고 한마디로 정리했다.
“10년마다 리메이크해야”
2001년 첫 선을 보인 초기 ‘Why? 시리즈’에 대한 리메이크 작업은 재작년 끝냈다. 10년이 경과한 시점이었다. “아이들 눈높이가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백 이사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수작업으로 작업했던 10년 전 작업물이 컴퓨터 안으로 온전히 들어왔다. 리메이크가 필요한 다른 이유는 “하늘에 있다가 어느 날 사라지는 별처럼 과학도 진화하기 때문”이다. 신뢰받을 수 있는 학습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주는 대목이다.
라이벌, 파이 키워 윈윈
‘Why? 시리즈’는 올해 말 5000만부 판매를 예상하고 있다. 거칠 것 없는 행보에 과연 적수가 있을까. 백 이사가 꼽는 최대의 라이벌은 “회사 자체”였다. 끊임없이 아이템 개발을 해내야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것. 다음으로 지적한 쟁쟁한 라이벌은 학습만화 분야의 다른 시리즈들이었다. ‘마법 천자문’(아울북), ‘메이플 스토리’(서울문화사), ‘살아남기 시리즈’(아이세움)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들만이 적수인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들 덕분에 학습만화 시장의 파이를 키워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 연관 분야의 분투가 동반성장의 기회를 키워낼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진1> ‘Why? 시리즈’의 주인공은 엄지, 꼼지. 이 아이들이 나서 세상의 모든 궁금증을 풀어나간다. 이 방법은 적중했다. “아이들을 푹 빠지게 하는 데 만화만큼 친근한 요소가 없다”는 백광균 이사는 “여기에 과학을 비벼낸 것이 성공요인”이었다고 분석한다. 그가 추구해온 재미와 유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작업은 지금껏 유효하다.
<사진2> 아이들의 사고는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Why? 시리즈’ 중 ‘인체’ ‘똥’ 등이 특히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인체는 80만부의 판매고를 올려 ‘Why?’단일 품목 중 1위를 기록하고 있다.
euanoh@ieve.kr/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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