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특급' 박찬호(38, 오릭스 버팔로스)가 올 시즌 진출한 일본프로야구에서 고전 중이다. 시즌 성적은 올 시즌 선발로 7경기에 등판 1승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 중이다. 한 마디로 기대 이하의 성적표다.
특히 박찬호는 지난 5월 30일 2군으로 내려가 한달 가까이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주 1군에 복귀한다는 소식이다.
개막 전 야구 전문가들은 "박찬호가 일본에서 잘 할 것"이라는 전망과 더불어 "어쩌면 일본에서 고전할 수도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냈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아쉽게도 후자에 가깝다. 고전은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 야구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만약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남았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기도 하다.
▲ML에 남을 가능성은 있었나?
가능성은 있었다. 박찬호는 지난해 11월 24일 귀국 인터뷰에서 "4개 팀에서 계약 제안이 왔다. 구체적인 조건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이 중에서는 마이너리그 계약도 있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이라는 경력에 비춰볼 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한 팀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실제로 비슷한 시점 OSEN과 전화통화를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계약이 충분하다. 물론 연봉은 100만 달러 이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구체적인 계약 규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마지막 유니폼을 입었던 피츠버그 관계자 역시 지난해 11월 5일 OSEN과 이메일을 통해 "박찬호와 재계약을 하고 싶다"는 말도 했다.
충분히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불펜 요원으로 활약했을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

▲ML에 남았다면 올 시즌 성적은?
일단 일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박찬호는 지난 1994년 LA 다저스와 계약한 뒤 통산 17년 동안 476경기 124승98패 평균자책점 4.36 탈삼진 1715개. 통산 승수는 아시아 출신 선수로는 최다승이며 최다 투구이닝(1993이닝)도 박찬호의 몫이다. 그는 영광과 좌절, 환희와 역경이 어우러진 1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미국에 남았다면 일본에서처럼 새롭게 적응할 필요가 없었다. 박찬호는 지난해 뉴욕 양키스에서는 27경기에 등판 2승1패 평균자책점 5.60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피츠버그로 옮긴 후 2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49로 호조를 보였다. 양키스에서 불규칙하게 마운드에 오른 것에 반해 박찬호는 피츠버그에서 적어도 2∼3일에 한번씩은 마운드에 오르며 자신의 피칭 리듬을 갖고 위력적인 공을 뿌렸다.
특히 124승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던 경기에서 직구 최고 구속이 153km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컷 패스트볼 등 여러 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코리안특급'이 아직 죽지 않고 건재함을 보여줬다. 다음 시즌에도 충분히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는 상태였다.
28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구단의 스카우트는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남았다면 지금처럼 고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소한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올렸을 것이고, 한국 국민들로부터 더 많은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나타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 남았다면 아마도 지금 일본에서 겪고 있는 시련과 고통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