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교본투' 정우람의 '숨은 비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8 07: 04

"지금 (정)우람이 던지는 것 잘 봐. 아까 물어 본 동작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으니까".
 
투수진 최후 보루의 안정적인 투구폼. 그 가운데 감독은 역동적인 찰나를 주목하며 자신의 원하는 자세를 소화하고 있음을 밝혔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과 올 시즌 8개 구단 최고 계투 중 한 명인 좌완 정우람(26)의 이야기다.

 
정우람은 올 시즌 37경기에 출장해 4승 12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3(27일 현재)으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0.80에 피안타율 1할7푼7리로 세부 스탯 또한 굉장히 뛰어나다. 한때나마 계투로서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는 괴력도 발산한 정우람이다. 통산 104홀드로 국내 프로야구 최다 홀드 기록까지 세우며 역대 최고 중간계투로서 자리매김 중이기도 하다.
 
언젠가 김 감독과 승패 여부와 페넌트레이스 전적 등을 잠시 잊고 투수의 팔스윙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윤대규 양천중 코치는 서울고 재학 시절 김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은 추억을 떠올리며 이렇게 이야기한 바 있다.
 
"투수로 뛸 때 구속이나 구위가 만족스럽지 않아 아쉬웠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인스트럭터로 오셨던 김 감독께서 '백스윙에 들어가기 전 손을 한 번 구르는 듯한 탄력을 주어 던져보라'라고 지시했다. 그 이후 볼 끝이 조금 더 묵직해진 느낌을 받았다".
 
윤 코치 뿐 아니라 김 감독이 인스트럭터를 맡았던 학교의 제자 중 이 방법을 채택해 재미를 본 케이스도 더러 있다. 그와 관련해 질문하자 김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투구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먼저 탄력을 주면서 공에 힘을 더 싣기 위한 전략이다. 일본 야구를 보다보면 공이 빠르지 않은 데도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투수들을 볼 수 있다. 대다수가 투구 도중 살짝 탄력을 줘 볼 끝을 묵직하게 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일본 리그에서 방법은 다르지만 각자 개인에 맞는 탄력 투구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투수가 많다. 통산 224승을 기록하며 장수한 좌완 구도 기미야스(전 세이부)는 40대가 된 후 투구 시작과 함께 발을 한 번 구르는 동작을 가미해 만 44세였던 2007년 요코하마 시절 7승을 거두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대답과 함께 김 감독은 정우람의 캐치볼을 지켜보며 "지금 우람이 투구폼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정우람은 백스윙에 들어가는 시점에서 왼 손목에 스냅을 주고 굴리는 듯한 동작을 취한 뒤 부드럽게 팔을 휘둘렀다.
 
정우람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0km대 초중반으로 상대적으로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인 제구를 갖춘 동시에 상대하기 쉽지 않은 구위도 장착했다. 정우람이 국내 최다 홀드 기록까지 세운 데는 찰나의 손목 스냅이 볼 끝의 묵직함을 더 해준 이유도 있음을 밝힌 김 감독의 한 마디였다.
 
광속구가 없어도, 선발로 뛰지 못해도 충분히 야구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정우람. 자신의 지침을 100% 소화하며 팀의 허리를 든든하게 지키는 정우람을 바라보는 김 감독의 눈빛은 봄날 햇살처럼 따뜻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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