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형 내야' 두산, 돌파구 찾을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8 07: 06

엄청난 모험이다. 공격형 선수들을 배치하더라도 장점이던 내야 수비력이 무너지면 가느다란 희망의 끈이 그대로 끊어질 수 있기 때문.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의 두산 베어스가 '도루 1위(27도루, 27일 현재)' 오재원(26)을 유격수로 배치하는 등 공격형 내야진 구축을 실험한다.
 
김 감독대행은 최근 "오재원을 유격수로 쓸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기동력과 타격이 좋은 오재원을 중용해 주전 유격수 손시헌(31)의 늑골 골절상 공백을 막아보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김 감독대행은 "오재원을 선발 유격수로 내세워 리드를 잡은 뒤에는 경기 후반 수비가 좋은 김재호를 유격수, 오재원을 1루수로 돌리는 작전을 생각하고 있다"라고도 이야기했다. 선공격-후수비 전략과도 맞닿아 있어 주포 김동주가 지명타자로 고정 출장할 경우 3루 또한 수비형 이원석과 공격형 윤석민의 경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원래 오재원은 분당 야탑고-경희대를 거쳐 2007년 두산에 유격수로 입단했던 선수. 고교 시절에는 3번 타자이자 유격수로 뛰었고 경희대 시절에도 내야 전 포지션을 두루 소화하다 두산 입단 후 안상준(은퇴), 나주환(전 SK-공익근무 중)과 함께 비시즌 유격수 주전 경쟁을 했던 바 있다.
 
그 해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오재원은 이대수(한화)의 무릎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선발 유격수로 뛰었던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1,2루를 주로 도맡았다. 본래 포지션이었다고 해도 동선이 반대되는 수비 위치를 맡다 돌아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2002년 한신 타이거스의 전략과도 유사하다. 당시 지휘봉을 잡았던 호시노 센이치 감독(현 라쿠텐 감독) 또한 "2루에 이마오카 마코토(지바 롯데), 3루수로 조지 아리아스(전 요미우리)를 배치한 뒤 6회 쯤 리드를 잡으면 2루에 후지모토 아쓰시(야쿠르트)와 3루수 가타오카 아쓰시 등으로 수비를 강화한다. 미식축구에서 후반 쿼터백을 교체하듯이"라는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직전 해까지 센트럴리그 최하위권이던 한신은 이 전략을 통해 A클래스까지 오르는 등 선전하다 아쉽게 리그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돌글러브'라는 평을 받았던 공격형 2루수 이마오카는 그 해 3할1푼7리 15홈런 56타점으로 센트럴리그 타격 5위에 오르며 수비서의 아쉬움을 공격으로 상쇄했다. 김 감독대행의 전략은 9년 전 한신 호시노 감독의 그것과도 뿌리가 맞닿아있다.
 
문제는 이 전략의 장점과 단점 중 어느 것이 먼저 부각되느냐다. 전략의 중심이 되는 오재원이 제 포지션에 순조롭게 적응한다면 수비력에서 오는 불안 요소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타격은 3할만 해도 성공이라는 평을 받는 반면 수비는 9할5푼대가 될 경우 낙제점수를 받는다. 특히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나올 경우 팀 분위기 침체는 이전보다 더욱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 2루수 고영민-유격수 오재원 콤비의 호흡이 얼마나 제대로 맞느냐 여부도 중요하다.
 
5위 롯데와는 반 경기 차이지만 4위 LG와는 6경기 반 차로 격차가 꽤 큰 상황. 절박한 순간 승부수를 던진 김 감독대행의 전략은 제대로 된 '위닝샷'이 될 것인가. 아니면 심장부를 직격하는 '부메랑'이 될 것인가.
 
farinell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