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한대화 감독의 선수 시절 별명은 '해결사'였다. 승부처에서 유독 결정타를 많이 때렸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승부처에서 유독 강한 타자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평균의 함정이라고 지적했던 세이버메트리션들도 이제는 클러치 히터라는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가장 애매하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는 클러치 히터.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49.6%를 소화한 시점에서 이른바 영양가 만점 클러치 히터로는 누가 있을까.
▲ 득점권 타율 1위 최정
득점권 타율로 보면 최고의 영양가 만점 타자는 SK 최정이다. 최정은 시즌 타율 3할1푼7리를 기록하고 있는데 득점권 타율은 이보다 무려 1할이나 더 높은 4할1푼7리로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득점권에서 48타수 20안로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승패가 기운 의미없을 때 끌어올린 타율이 아니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득점권에서도 12타수 7안타를 때려냈다. 타율 5할8푼3리로 이 부문에서도 전체 1위다. 9회 이후 1점차 이내로 범위를 좁혀도 8할3푼3리(6타수5안타)로 1위. 41타점도 팀내에서 가장 많다. 찬스에서 가장 확실하게 불러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결승타가 3개밖에 되지 않는 게 아쉬움. 하지만 때때로 클러치 캐처가 되기도 한다.

▲ 결승타 1위 이범호
KIA 이범호는 한화 시절부터 찬스에 강한 타자로 명성을 떨쳤다. 올해도 명성은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결승타가 10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KIA가 거둔 38승 중 10승을 이끄는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그 중에는 결승 홈런도 4개가 포함돼 있다. 득점권에서 79타수 28안타로, 타율 3할5푼4리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전체 7위. 55타점으로 삼성 박석민과 함께 롯데 이대호(62타점)에 이어 이 부문 2위에 랭크돼 있다. 한대화 감독은 "이범호가 가만히 보면 정말 중요할 때 잘 치더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의외로 7회 이후 3점차 이내 득점권에서 11타수 1안타로 타율이 9푼1리밖에 안 된다. 결승타 10개 중 8개가 5회 이전 나온 것이다.
▲ 타점 1위 이대호
롯데 4번타자 이대호는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타자다. 62타점으로 이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생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대호 같은 대타자는 당연히 상황을 가리지 않는다. 득점권에서도 66타수 25안타로 타율이 3할7푼9리. 전체 3위에 해당하는 고타율이다. 결승타도 7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뭔가 강렬한 장면이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달 7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역전 투런 홈런이 있지만 그게 올해 이대호의 유일한 결승 홈런이다. 지난해 결승 홈런이 6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뭔가 부족하다. 사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올해 이대호는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10타석에 나와 고의4구 2개 포함 볼넷만 4개 얻었다. 앞타순이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고 뒷타순의 위압감도 떨어지는 탓이다.

▲ 1번타자 강동우
한화 1번타자 강동우는 시즌 타율이 2할6푼5리다. 하지만 득점권에서 57타수 19안타로 타율이 3할3푼3리나 된다. 득점권 타율 부문 전체 12위. 사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득점권에서 17타수 9안타로 타율이 무려 5할2푼9리나 된다. 최정(0.583)-최진행(0.539) 다음으로 좋은 타율이다. 범위를 9회 이후 1점차 이내 초접전으로 좁히면 11타수 6안타로 타율이 5할4푼6리나 된다. 강동우는 결승타도 5개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데 그 중 4개가 7회 이후에 터진 것이다. 9회 이후만해도 결승타가 무려 3개. 리그에서 7회 이후 결승타가 가장 많다. 한화의 역전 드라마에는 늘 강동우가 있었다.
▲ 지난해 1위 홍성흔
지난해 프로야구 최고의 클러치 히터는 롯데 홍성흔이었다. 득점권 타율이 무려 4할3푼8리였고 결승타도 14개에 달했다. 모두 리그 최고이고 최다였다. 끝내기도 2차례나 있었고 9회 이후 연장 포함 결승타가 4개나 있었다. 지난 2005년부터 홍성흔의 득점권 타율은 규정타석을 미달한 2007년을 제외하면 10위권이었다. 규정타석을 미달한 2007년에도 득점권 타율은 3할3푼3리. 스타 기질이 강한 선수답게 승부처에 유달리 강했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딴판이다. 득점권에서 62타수 15안타 타율 2할4푼2리. 규정타석을 채운 45명 중 38위밖에 되지 않는다. 결승타도 3개 뿐이다. 홍성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해결능력. 클러치 히터에 영원이란 없는 것일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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