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과 야왕이 인천에서 충돌한다.
SK와 한화가 28~30일 문학구장에서 3연전을 벌인다. SK는 1위, 한화는 7위다. 올 시즌 상대전적에서도 SK가 한화에 8승1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두 팀은 첨예한 대립 구도를 보이고 있다. '야신' 김성근 감독과 '야왕' 한대화 감독 때문이다. 이미 지난달 24~26일 대전 3연전에서 불꽃 튀는 지략 대결로 명승부를 벌인 바 있다. 장마 휴식기로 에너지를 충전한 만큼 또 다른 명승부가 예고되고 있다.
▲ 피할 수 없는 승부

양팀 모두 사정이 급하다. SK는 2위 삼성에 반경기차로 쫓기는 아슬아슬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한화를 제물삼아 확실하게 달아나야 하는 입장이다. 한화도 지난 주중 삼성에게 3연패를 당해 페이스가 한풀 꺾였다. 4위 LG와는 8경기차. 외국인선수 오넬리 페레즈까지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진 만큼 포기하기에는 너무도 이른 시점이다. 3연전 첫 날부터 SK는 송은범, 한화는 류현진을 각각 선발 예고하며 전쟁을 선포했다.
올해 한화는 SK에 철저하게 눌렸다. 창이 방패를 뚫지 못한 탓이었다. 올해 SK전 9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3.1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가 가세한뒤 타선의 파괴력과 중량감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한화는 가르시아 합류 후 12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5.5득점을 올리고 있다. 물론 가르시아라 해도 SK 마운드는 쉽게 볼 수 없다. 가르시아는 롯데 시절 3년간 SK를 상대로 타율 2할7푼3리 10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전병두(0.167) 정우람(0.200) 고효준(0.214) 등 좌투수에게 특히 약했다.
▲ 신과 왕의 신경전
양 팀 사령탑들의 묘한 신경전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1980~1990년대 감독과 선수로 한솥밥을 먹은 김 감독과 한 감독이지만 좋은 인연은 아니었다. 사령탑이 된 뒤에도 보이지 않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시즌 전 김 감독이 "(한화 신인) 김용호와 나성용은 우리팀으로 오면 주전"이라고 하자 한 감독도 "그럼 김용호와 나성용을 줄테니 박정권과 정상호를 달라. 박정권이 아니면 임훈도 좋다"고 받아쳤다. 한 치의 물러섬 없는 신경전.
경기장에서도 좀처럼 만남을 갖지 못하고 있다. 3연전 첫 날 으레 양 팀 사령탑들이 간단한 티타임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 감독과 한 감독은 지난 4월12일 문학 첫 경기 이후 만나지 못했다. 대전에서 2차례 3연전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김 감독이 늦게 경기장을 찾아 만날 기회가 없었다. 한 감독은 "문학에서도 경기 전 감독실을 찾아가 인사했다. 대전에서는 늦게 나오셔서 인사할 기회가 없었다"며 "이러다가 욕먹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웃어보였다.
야신과 야왕은 이제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김성근 감독도 "내 친척이 많아졌다"며 간접적으로 한대화 감독을 인정했다. 과연 이번에는 야신과 야왕이 만날 수 있을까. 승패를 떠나 또 하나의 관심거리. 인천 3연전에서는 과연 어떤 지략대결이 펼쳐질지 팬들의 이목이 문학구장으로 향하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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