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연기 완벽주의? 몽유병이 생길 정도죠" (인터뷰)
OSEN 이지영 기자
발행 2011.06.28 09: 07

역시나 남궁민은 완벽주의자였다. 그는 현재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봉마루이자 장준하인, 이름이 두개인 만큼 드라마틱한 과거와 아픔을 가진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 중이다. 아프면서도 화 나있고, 결핍투성이면서도 주고싶어 안달인 캐릭터를 한 드라마 안에서 한꺼번에 표현해내고 있다.
힘들지 않냐고, 어떻게 이랬다 저랬다 확확 변하냐고 물으니, 오히려 그는 그런 인물이었기에 몰입이 더 쉬웠다고, 원래 인간이 착하면서도 나쁘고, 나쁘면서도 착하지 않냐고 현실적인 캐릭터라 더 수월했다고 의외의 답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오롯이 표현되는 길은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는 것이라고, 대본을 완전히 숙지하고 간 날은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데, 요즘은 대본이 늦게 나와 많이 힘들다고, 때때로 몽유병(?)에 시달린다고 연기에 대한 강박과 완벽주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집에 들어간다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얼굴이 좋다.
“토요일까지 촬영을 하고 일요일은 하루종일 잔다. 오늘도 늦게까지 자다 나왔다. 그래서 얼굴이 좋은 것 같다. 사실 요즘은 대본이 늦게 나와서 초반보다는 잠을 많이 잘 수 있다. 대본이 없으니 따로 할 게 없다. 그래서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 불안이 자면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몽유병같은 것도 생겼다.”
-몽유병?
“자다가 일어나 혼자서 대사를 중얼중얼 거리는 거다. 그러다 다시 자고...혼자 살아서 누가 본 건 아니고, 내가 중얼중얼하고 있는 내 자신을 느낀다.”
-완벽주의자인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강박같은 것이 보이는데?
“내가 대본을 잘 외우는 편이 아니다. 빡빡한 드라마 일정을 따라가기엔 순발력도 그리 뛰어난 편이 아니고... 같이 연기하고 있는 정음이는 ‘하이킥’ 하면서 순발력을 많이 키웠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는 대본을 한번 볼 때와 두번 볼 때 차이가 난다. 보면 볼수록 연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계속 생겨나서, 계속 메모하며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는 스타일이다. 그렇게 완벽하게 숙지하고 촬영에 임해야 자신감도 생기는데...요즘은 그럴 시간이 없으니 자꾸 불안해지는 거다.”
-마루가 복잡한 심리를 가진 캐릭터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와 있을 때는 ‘샤방샤방’하다가, 최진철 회장이나 태현숙과 있을 때는 너무 심각해진다. 시청자들이야 극의 흐름을 쫓다보면 그런 것들이 어색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이 신 찍다 저 신 찍다 하다보면 급격한 심리변화가 쉽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마루가 복잡한 캐릭터라 오히려 몰입이 잘 됐다. 사실 현실에서는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이분적 구분이 어렵지 않나. 착하면서도 나쁜 게 사람인데...마루는 오히려 현실적인 인물인 것 같다. 그리고 20부 넘게 끌어오면서 캐릭터 구축이 잘 돼서, 또 내 안에 마루라는 인물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급격한 신의 변화가 힘들지는 않다. 단지 토요일에 세트 신을 몰아 찍는데, 그때 한숨이 나오긴 한다. 대본 외울 시간도 없이 기계적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인기를 실감하나? ‘남궁마루’라는 별명도 생겼는데?
“마루라는 이름에 애착이 간다. 데뷔작 ‘대박가족’ 때 생긴 ‘남궁뎅이’ 이후 오랜만에 생긴 별명이다. 시청률이 폭발적이지 않는데, 젊은층이 우리 드라마를 많이 보는 것 같다. 젊은층에게 ‘어필’하는 드라마들이 많이 이슈가 되더라. 인터넷상으로 드라마 이야기도 하고, 재밌는 콘텐츠들도 많이 만드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보고 있으면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 동안 나름 많은 변신을 해왔는데,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사람들이 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비열한 거리’ ‘뷰티풀 선데이’에서 강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뷰티풀 선데이’ 같은 경우 영화가 잘 안됐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남궁민의 재발견’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더라. ‘뷰티풀 선데이’에서 더 독한 연기를 선보였는데...”
-최근에 어떻게 보면 김재원 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재원이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가 연기가 좋다면 그건 10년 넘게 연기해 온 재원이가 호흡을 잘 맞춰줬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 신인배우와 연기를 했다면 그런 연기가 나오기 힘들었겠지. 현장에서도 친하게 지낸다. 사실 나는 연기할 때 방해될까봐 출연 배우들과 거리를 두는 편인데, 이번에는 재원이랑 함께 하는 신이 많아서 친해졌다. 그래서 어떨 때는 심각한 신인데 웃음이 피식피식 나와 NG를 낼 때도 있다. 지난번에 재원이와 찍은 배드신은 정말 진땀났다. 난 정말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인데, 남자랑 침대에서 장난치고 있으려니 감정몰입이 안되더라. (조)인성이가 존경스럽다(웃음).”
-최근에 성형 이야기가 많은 화제가 됐다.
“예전에는 연기자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연기자는 보여지는 이미지도 중요하더라. 그런 것들이 작품 선택이나 배역을 따낼 때 도움이 되더라. 예전에는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니고 미용실도 잘 안갔는데, 드라마 ‘어느 멋진 날’ 이후부터는 미용실도 자주 다니고, 입고 다니는 옷에도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내 외모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키? 누가 그러더라 ‘남궁민 키만 더 컸으면 내 이상형인데...’라고...하지만 아쉬운 점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웃음).”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된 것 같은데...
“얼마 전 친구 결혼식 갔는데, 다들 아저씨가 돼 있어서 놀랐다. 헐렁한 양복에 배도 나오고, 다들 아들, 딸을 안고 있더라. 애기 보니까 빠져들더라. 너무 예뻐서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친구들 말이 '볼 때만 예쁘다. 예쁘게 키우는 게 힘들다‘라고 하더라. 당분간 연애나 결혼 생각은 접고 연기에만 몰입할 생각이다. 아직 배우로서 내 브랜드 파워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달려할 때라고 생각한다. 샴페인을 터트리기엔 아직 때가 안됐다.”
-요 몇 년 동안 강한 역할만 해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듯 분노하고, 눈물 흘리고 어두운 신들이 많다. 남궁민의 웃는 얼굴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래서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 이젠 밝은 연기를 하더라도 마냥 밝은 연기가 아니라, 내공이 쌓인 연기를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공효진과 같이 찍었으면 좋겠다. 참 좋은 배우라는 생각을 한다. 상대 배우의 연기를 다 흡수하고 받아주기 때문에 공효진과 연기하는 남자 배우들은 다 빛이 나는 것 같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것은 연기 안 같고 다 진짜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사실 군대 가면서 맥이 끊어졌다. 군대 갔다오고 나서 연기가 더 좋아졌다는 배우들도 있는데, 나는 사실 힘들더라. 현장에서 감도 떨어지고..연기는 쉬지 않고 해야 느는 것 같다. 그래서 쉬지 않고 많은 작품을 할 생각이다. 10년 동안 연기를 해왔는데, 흐름타고 올라간 적이 없다. 운도 안 따랐지만, 내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끊임없이 나의 부족한 면을 찾고, 메우려고 노력한다. 쉴 때도 연기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발성 등을 배웠다. 열등감을 동력삼아 계속해서 나아갈 생각이다.”
 
 
 
bonbon@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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