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MVP' 정우람이 말하는 직구와 체인지업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28 12: 57

'특급 계투' 정우람(26)이 올 시즌 한국프로야구에서 소리없는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우람은 선발 투수도, 마무리 투수도 아닌, 누구에게도 주목을 받지 못하는 말 그대로 중간계투다. 가끔은 마무리 투수 역할도 수행하지만 가장 정확히 표현하면 팀이 리드를 잡고 있을 때 마무리 투수 정대현 앞에 나오는 셋업맨이다.
28일 현재 올 시즌 정우람은 37경기에 출장해 4승 12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03을 기록 중이다.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은 0.80이고, 피안타율도 1할7푼7리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로 프로 8년차밖에 되지 않은 정우람은 벌써 104홀드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홀더가 되면서 한국야구사에 자신의 이름도 올려놓았다. 홀드를 추가할 때마다 새로운 기록과 역사를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정우람이 있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우람 자신이 생각한 지금의 정우람은 "직구와 체인이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우람의 직구는 자신감에서, 체인지업은 3년간의 노력해서 얻은 선물이다.
▲정우람에게 체인지업이란?
정우람은 류현진(24)과 더불어 올 시즌 한국야구에서 가장 위력적인 체인지업을 구사한다. LG 선수들은 "정우람의 체인지업은 정말 위력적이다. 류현진급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분히 LG 뿐만이 아니라 정우람을 상대하는 모든 타자들이 같은 말을 한다.
정우람은 지난 2007시즌 도중 2군에 있으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떤 공을 던져야 할까". 정우람은 2군에 있으면서 살아 남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구종이 체인지업이었다.
"입단 당시에는 포크볼을 던졌다"고 말한 정우람은 "그런데 포크볼은 나랑 잘 안 맞았다. 2007년 여름에 체인지업을 던지는 모든 사람에게 가서 물어본 것 같다. 최일언 코치님,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2군 선수에게도 물어봤다"고 당시를 생각하며 웃었다.
정우람이 살아남기 위한 수단으로 체인지업을 선택한 것이 자신을 정확히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나는 다른 투수들처럼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일단 직구가 안 빠르기 때문에 타이밍으로 승부를 해야 했다. 그래서 체인지업으로 타이밍을 빼앗아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체인지업을 익히겠다는 결정은 내렸지만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금의 정우람표 체인지업이 완성되기까지 그는 "정확히 3년 걸렸다"며 미소를 지었다. 정우람은 "체인지업을 익히는 과정이 쉽진 않았다. 처음엔 50대50이었다. 2개 중에서 하나는 체인지업처럼 들어갔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평범한 공이 되어 버렸다. 말로 표현하기 보다 내 몸 속에 있는 방법으로 익히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우람은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면서 하나씩 하나씩 체인이접을 익혀갔다. 정우람은 일본 전지훈련 때 밤 늦은 시간에 혼자 놀이터에 나와 쉐도우 피칭을 했다. 그는 "캠프 때 10시, 11시에 나와서 쉐도우 피칭을 했다. 3년 정도 캠프 내내 이런 시간을 보냈다. 2009년까지 했던 것 같다. 손가락 감각이 좋은 선수들은 금방 익히는데 난 한번에 잘 안됐다.그래서 계속 하는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가 밝힌 체인지업의 비결이다.
▲정우람에게 직구란?
누가 봐도 정우람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라고 생각한다. 타자들이 보기에 정우람은 체인지업으로 스트라이크와 볼을 자유자재로 던진다고 느낀다. 또 직구와 체인지업의 투구폼과 팔스윙까지도 흡사해 타이밍을 알기 더 어렵다고 푸념한다.
그러나 정우람은 달랐다. 그는 "내 주무기는 당연히 직구다"고 힘줘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정우람은 "물론 직구 구속이 140km 전후지만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절대로 변화구를 던질 수 없다.120km, 130km 밖에 나오지 않더라도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야 타자들도 본능적으로 느낀다. 저 투수가 구속은 안 빨라도 자신감이 있구나"라며 "직구에 자신감이 없으면 투수로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우람은 "사람들이 나보고 체인지업을 자유자재로 던진다고 하는데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아직 조금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멀었다. 체인지업에 대한 비중은 크지 않다. 오로지 점수를 안 줘야겠다는 생각 뿐이다. 체인지업보다 직구가 내 주무기"라며 다시 한번 직구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다.
부동의 홀드 1위를 달리며 상황에 따라서 평균자책점 부문에서도 1위를 노려봄직도 하지만 정우람은 "나도 놀랍다. 특별히 개인 성적은 신경 안 쓴다. 쉬운 타자가 없다. 그냥 팀이 이기는 것에만 집중한다.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 뒤 또 다시 훈련을 하러 갔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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