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24)과 SK 송은범(27)은 인천 동산고 3년 선후배 사이. 3년차라 함께 학교를 다니지 못했지만 동산고가 낳은 특급 투수들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송은범은 후배 류현진을 아꼈고, 류현진도 선배 송은범을 잘 따랐다. 종종 경기 전날 따로 만나 송은범이 류현진에게 고기를 사주기도 한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하다. 지난 4월12일 문학구장. 2연승의 송은범과 2연패의 류현진이 선발 맞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송은범의 완승. 최고 152km 강속구를 뿌리며 6이닝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1실점으로 역투했다. 반면 류현진은 6이닝 5피안타 3볼넷 10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송은범은 3연승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질주했고, 류현진은 데뷔 첫 3경기 연속 5실점에 3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송은범은 "현진이는 최고의 투수다. 조금만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용기를 줬다.
그로부터 2개월 반이 흐른 28일 문학구장. 류현진과 송은범이 다시 만났다. 그 사이 류현진은 최고 투수의 위용을 회복한 반면 송은범은 갑작스런 팔꿈치 통증으로 3주간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두 투수 모두 직전 등판에서 승리투수가 돼 페이스를 끌어 올린 상태. 이날 경기 전에도 두 투수는 평소처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선발 맞대결을 펼치는 투수들이지만 그들에게 허물이란 없었다.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3회까지 양 팀 모두 0의 균형을 이뤘다. SK는 류현진으로부터 안타는 커녕 볼넷도 얻지 못했다. 한화도 3회 2사까지 송은범에 퍼펙트로 막혔다. 팽팽한 투수전에 경기는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균형은 일순간 깨졌다. 4회 한화는 최진행의 좌전 안타로 잡은 1사 1루에서 카림 가르시아가 송은범의 초구 133km 한가운데 높게 몰린 슬라이더를 통타, 비거리 115m 선제 투런 홈런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계속된 공격에서 한화는 이대수의 중전 안타와 신경현의 좌측 적시 2루타로 추가점을 올렸다.
결국 송은범은 5회부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4이닝 5피안타 1볼넷 3실점. 총 투구수는 58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4회 급작스런 난조를 보이자 김성근 감독이 한박자 빠르게 투수를 교체했다. 결국 SK 타선이 경기를 뒤집지 못하면서 송은범은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시즌 2패(4승)째. 지난 2008년 8월29일 대전 경기부터 이어오던 한화전 연승 행진이 '6'에서 마감됐다.
반면 류현진은 4회 2사 후 최정에게 몸쪽 높은 144km 직구를 던지다 좌월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5회까지 흔들림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5이닝 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3연승으로 시즌 8승(6패)째를 거두며 다승 부문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6회부터 마일영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내려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왼쪽 등 담 증세가 문제였다. "최근 3경기에서 강속구 위주로 힘있는 피칭을 하다 보니 조금 무리가 온 듯하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설명. 하지만 송은범과 SK를 상대로 설욕에 성공하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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