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벤자민 주키치(29)가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호투를 하고도 불펜진이 승리를 지켜내지 못하며 또 다시 시즌 6승 달성에 실패했다. 팀도 3-4로 역전패했다.
주키치는 이날 8회까지 4피안타 2실점(1자책)으로 호투를 펼쳤다. LG도 8회까지 3-2로 앞섰기에 승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남은 1이닝은 최계훈 투수 코치와 박종훈 감독이 투수 교체 타이밍을 가져가기 가장 애매한 순간이었다. 주키치의 투구수가 99개였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 1이닝 정도는 더 던지게 할 수도 있었다.
LG는 지난주 장맛비 때문에 22일 이후 정확히 일주일 만에 경기를 펼쳤다. 이 때문에 경기를 지켜보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키치가 완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주키치는 8회까지만 던졌다. 주키치는 왜 9회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았을까.
OSEN은 경기 후 주키치를 만났다. 애써 이날 경기의 아쉬움을 잊으려고 한 주키치는 "9회에 등판하지 않은 것은 내가 힘들다고 코칭스태프에게 말했기 때문이다. 사실 7회를 마치고 교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주키치는 지난 17일 잠실 SK전에 등판해 7⅔이닝 동안 28타자를 맞아 삼진을11개나 솎아내며 109개를 던졌다. 그리고 나서 11일만에 선발 등판한 것이 주키치에게 독이 됐다. 즉, 장맛비가 주키치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게 한 것이다.
주키치는 "11일만에 피칭이었다. 정상적이라면 중간에 한 차례 선발 등판이 이뤄졌어야 했다. 그런데 장마 때문에 등판 간격이 너무 길어졌다"면서 "너무 오랜만에 던진 것이 체력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주키치가 11일 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는 매일 팀에서 정해준 스케줄대로 운동을 소화했다. 주키치는 17일 SK전 이후 28일 삼성전에 등판하기 전까지 3차례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매번 50∼60개를 던졌다.
그런데 문제는 피칭 강도에 있었다. 보통 실전 등판에서 100%로 공을 던진다고 할 경우 불펜에서는 70% 정도로만 던진다. 주키치 역시 비슷했다. 지난 12일 동안 100% 소화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100% 이상을 던져야 했기에 다른 때보다 체력이 일찍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주키치는 올 시즌 15차례 선발 등판한 경기 중에서 투구수 100개 이상을 기록한 적이 4차례나 됐다. 지난 5월 2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완투승을 거두며 125개나 던졌다. 결코 체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 차례 선발 등판을 건너 뛴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주키치는 자신보다 먼저 한국야구에 진출해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의 브랜든 나이트의 장마철 컨디션 조절법을 참고할 필요는 있는 듯 하다.
지난주 잠실에서 만난 나이트는 "불펜 피칭을 보통 70% 정도로 소화를 하는데. 장마철에는 100%의 힘으로 실제 경기라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면서 50개 정도 던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100%로 공을 던져 에너지를 쓰고 난 뒤 재충전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주키치 역시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다. 앞으로 장마가 또 온다고 들었다. 이번을 참고로 해서 다음에는 컨디션이나 체력적인 면에서 모두 높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어찌됐건 LG에게는 1패 이상의 아픔이 남은 경기였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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