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마무리' 실패, 한국 무대는 사치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9 07: 01

한 명은 지난 27일 웨이버 공시되었고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로 계투가 아닌 선발로서 마지막 시험대에 오른다. 과연 한국 무대는 계투 요원 외국인 투수가 성공하기 어려운 척박한 땅인가.
 
한화는 지난 27일 오넬리 페레즈를 웨이버 공시 등록하고 새 외국인 투수 영입에 나섰다. 새로 한국 땅을 밟게 된 외국인 투수도 한화의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될 계획. 

 
그러나 이는 투타 양면에 걸쳐 취약한 선수층으로 인한 고육책이다. 좌완 박정진 외에 확실히 박빙 경기서 믿고 맡길 계투가 없기 때문. 오넬리의 성적표는 4승 1패 1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5.83.(28일 현재)
 
롯데는 브라이언 코리의 퇴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지난해 지바 롯데에서 뛰었던 코리는 영입 당시 정통 선발이 아닌 선발-계투를 오가는 스윙맨의 기대치를 얻었다.
 
시범경기 호평 속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코리는 한 달이 지난 뒤 마무리로 이동했으나 경기력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하며 2군에도 다녀왔다. 시즌 성적은 3승 2패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4.55로 만족스러운 편은 아니다. 코리는 다시 선발로 사실상 마지막 기회를 얻을 전망이다. 
 
 
 
▲ 2년 전 쐐기 박은 '외국인 마무리 무용론'
 
사실 한국 무대에서 마무리 투수로 3,4시즌 이상 성공한 외국인 투수를 찾기는 힘들다. 누적 스탯으로 이방인으로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올린 투수는 SK-롯데서 활약한 호세 카브레라. 첫 해이던 2004년 선발로 15경기에 나섰으나 이후 계투로만 출장했던 카브레라는 통산 53세이브를 올렸다. 그러나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채 성공한 외국인 투수가 되는 데는 실패했다. 어쨌든 4시즌을 뛴 계투였다.
 
2008, 2009년 한화에서 활약하며 44세이브를 올렸던 호주 출신 좌완 브래드 토마스가 성공작으로 꼽힐 정도. 그러나 토마스는 한화가 점차 전력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이며 제대로 된 세이브 기회를 얻지 못했다.
 
2009년 롯데 뒷문을 지켰던 존 애킨스는 26세이브로 이용찬(두산)과 함께 공동 세이브왕이 되었으나 내실 면에서 좋은 평가를 얻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제도 도입 원년 현대에서 활약한 조 스트롱은 27세이브를 거뒀으나 한국시리즈서는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팀 내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
 
사실 마무리 투수, 특히 외국인 투수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그들을 향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어마어마했다. 비싼 돈을 주고 데려온 외국인 투수가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리고 장작을 쌓아 불을 지르는 등 경기를 그르치면 구단의 허탈감도 어마어마했다.
 
토마스와 애킨스가 활약한 2009시즌에는 "과연 외국인 투수로 뒷문을 맡기는 것이 좋은 것인가"라는 회의론도 제기되었다. 실제로 그 해 대체 선수 승리 기여도(WAR)에서도 토마스가 2.91(전체 투수 24위), 애킨스가 1.79(전체 투수 41위)를 기록했다. 토마스는 KIA 중간 계투 손영민에 0.01승이 모자랐고 애킨스는 LG 좌완 원포인트 류택현에 0.01승 차로 밀려났다.
 
정상적으로 시즌을 소화한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했을 때 하위권에 속한 WAR 수치였다. 기록은 "비싸게 데려온 외국인 투수는 뒷문지기보다 선발형 이닝이터로 활용하는 것이 낫다"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마치 국내 프로농구에서 가드형 외국인 선수가 사실상 멸종되기 전 일었던 바람과 같이 외국인 마무리 무용론은 리그에 퍼져나갔다.
 
▲ 높은 기대치, 그러나 기대 이하 현실
 
한국 프로야구 규약에는 최대 30만 달러의 비용에 외국인 선수 1명을 영입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 무대를 밟는 선수들이 이 금액대로 맞춰 온다고 믿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끈질긴 컨택 능력을 자랑하는 타자들이 많아졌고 웨이트트레이닝의 보급을 통해 파괴력이 높아지며 구단들 또한 더욱 좋은 외국인 투수들을 원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서 각 구단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파이어볼러보다는 제구력과 수싸움, 혹은 확실한 주무기를 바탕으로 타자와 노련하게 대결할 수 있는 선발 투수를 찾았다. 올 시즌 100마일의 사나이 레다메스 리즈(LG)가 한국 땅을 밟기도 했지만 현재 제대로 성공 중인 신입 외국인 투수는 기교를 갖춘 더스틴 니퍼트(두산), 벤자민 주키치(LG)나 트레비스 블렉클리(KIA) 정도.
 
선발 영입 대세 속에서 마무리 투수를 점지한 구단은 고질적인 뒷문 불안에 허덕이던 팀들이다. 한화 또한 2008년 구대성의 구위 저하와 부상 여파로 토마스를 영입했던 바 있고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부터 데이비드 코르테즈-애킨스를 데려왔다.
 
지난해 롯데는 선발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를 데려오며 뒷문지기를 외부 보강하지 않았다. 그 결과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세이브 이상을 올린 마무리를 배출하지 못했다. 코리를 영입하면서 선발이 아닌 '스윙맨'을 기대했던 이유다. 한화는 투타에 걸쳐 워낙 선수층이 취약했기에 마무리 오넬리를 뽑을 수 밖에 없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지난해 49승을 올린 팀에서 "50세이브를 기록하겠다"라던 오넬리는 사이드암에 가까운 투구폼으로 좌타자 상대 3할6푼1리의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도 없어 왼손 타자 스윙 궤적에 맞아 떨어지는 공을 던지다보니 난타를 당했다. 실점 위기에서는 더욱 약했다.
 
곧 우리 나이 마흔이 될 코리는 우려했던 스태미너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4월 선발 6경기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하는 동안 점차 위력이 떨어졌던 코리는 5월 12경기 계투로 2승 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2.33을 올렸다. 4이닝 세이브 후 바로 이튿날 1이닝 세이브를 자처할 정도로 의욕이 높았다.
 
그러나 코리는 '방전'도 빨랐다. 6월 한 달간 4경기 평균자책점 14.40으로 불놀이를 펼친 코리는 결국 단두대에 목을 얹은 상황. 시즌 전 구단 관계자는 코리에 대해 "전혀 한국 음식에 적응하지 못하더라. 한여름 나기가 걱정된다"라는 우려를 비췄고 페이스는 수은주가 채 올라가기 전 뚝뚝 떨어졌다.
 
완전체 투수가 아닌 이상 한국 무대에서 이방인이 마무리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만 보여준 오넬리와 코리. 퇴출이 확정된 오넬리에 비해 코리는 선발로서 기회가 남아있는 상황. 오넬리의 뒤를 이을 한화의 새 마무리 투수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선발로 마지막 기회를 얻게 될 코리가 자존심을 회복할 것인지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farinelli@osen.co.kr 
 
<자료 출처-www.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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