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팀은 3-1로 뒤지고 있었다. 그러다 9회초 극적인 동점을 이뤘다. 그리고 돌아온 10회초 역전 찬스. 그러나 타석에 들어선 9번 타자의 이날 기록은 3타수 무안타. 어리지만 당찬 이 타자는 볼카운트 2-2에 몰렸다. 그리고 다음에 온 공은 높은 커브. 타자는 주저없이 배트를 휘둘렀고 공은 멀리 뻗어나가 펜스를 맞히며 1루 주자를 불러들였다.
삼성의 유격수 김상수(21)는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전 3-3 상황에서 10회초 1사 후 손주인이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이상열을 상대로 역전 1타점 좌월 2루타를 날리며 4-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팀을 808일 만에 1위에 올려놓은 천금 같은 역전 결승타였다. 삼성은 이 점수를 계기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올 시즌 처음으로 40승 고지에 오른 팀이 됐다.
'히어로' 김상수는 이날 경기를 포함해 올 시즌 결승타를 세 번 기록했다. 세 번 모두 6월에 터진 안타였다. 지난 14일 LG전에서 김상수는 3회말 박현준의 4구째 공을 받아쳐 시즌 2호 홈런이자 첫 결승점을 뽑아냈다. 16일에는 7회말 신인왕 후보 임찬규를 상대로 좌익수 뒤를 넘어가는 역전 2타점 적시 3루타를 때려냈다. 삼성은 이 점수로 4:4 동점에서 6:4로 역전했다.

공교롭게도 김상수는 세 번의 결승타를 모두 LG를 상대로 기록했다. 그렇다고 김상수가 올해 LG를 상대로 뛰어나게 높은 타율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김상수는 LG를 상대로 시즌 타율(.287)보다 조금 높은 2할9푼의 상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7개 구단 상대 타율 중 4번째다. 그러나 김상수가 LG를 상대로 기록한 타점 9점 중 4점이 경기 결과를 결정한 것일 만큼 큰 '한 방'이 많았다.

김상수는 이전에 "LG에 강한 것은 따로 없고 타격감을 기르고 있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경기 후에도 "최근 타격감이 안 좋은 건 아니라서 하나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하며 3타수 무안타의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좋은 공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피력했다. 역전타에 대해서는 "변화구라서 공을 굴리려고 배트를 휘둘렀는데 공이 높게 와서 잘 맞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이번 달에 결승타가 많은 것은 점점 타격감이 좋아지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좋은 타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상수는 6월 들어 19경기에서 3할7푼5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반면 4월 타율은 2할9리에 불과했다. 시즌이 지나갈 수록 점점 나아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김상수는 팀의 1위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했다. 꼭 이날 승리해서 팀이 1위를 하리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그는 "원래 팀 목표가 우승이라고 다들 생각하기 때문에 끝까지 이 순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침착하지만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올해 초에 세운 목표대로 2할8푼을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는 김상수는 "3할도 욕심이 나지만 그보다 수비에 더 신경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올 시즌 박진만이 SK로 이적한 후 거의 전 경기에 선발 유격수로 출장하고 있는 김상수의 책임감이 드러나는 말이었다. 김상수는 실제로 올 시즌 12개의 실책으로 리그에서 가장 많은 실책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김상수는 이날도 1회말 박용택의 직선타구를 한 바퀴 구르면서 잡아낸 뒤 정확히 송구, 주전 유격수로서의 존재감을 여실히 증명했다.
아직 스물 한 살에 불과하지만 팀 수비의 핵을 맡고 있는 유격수. 9번 타자지만 타율이 3할에 육박하는 타자. 김상수는 마지막으로 "1~2점차 경기는 뒤집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라는 말에 앞으로도 팀을 위해 '한 방'을 치는 타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냈다.
과연 김상수가 유격수와 톱 타자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아내며 유격수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앞으로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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