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이브' 김강률, 데뷔전 악몽을 씻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9 12: 58

3년 전 데뷔전서 진땀을 흘리며 어이없는 공을 던졌던 유망주. 그러나 상무 복무 2년을 거쳐 돌아온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막아내며 행운의 세이브를 따냈다. 두산 베어스 5년 차 우완 김강률(23)의 생애 첫 세이브는 사연이 있었다.
 
김강률은 28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에 나와 ⅓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거뒀다. 6-5로 앞서 있었지만 9회말 2사 2루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거둔 터프 세이브였다.

 
특히 마무리 정재훈이 오른 어깨 근육통으로 강판해 갑작스럽게 오른 마운드에서도 김강률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주무기인 시원스러운 직구로 김민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경기를 끝냈다. 중견수 앞으로 빠져나갈 수 있던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잡아 안정적으로 범타처리한 덕분이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7년 2차 4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강률은 첫 2년 간 2군에서 기량을 가다듬는 데 집중했다. 2008년 2군서 평균자책점 2.74로 북부리그 타이틀을 거머쥔 김강률은 그해 9월 5일 목동 히어로즈전에 등판했다. 9월 확대 엔트리 기회를 잡아 밟은 1군 무대였으나 결과는 안 좋았다.
 
1이닝 동안 27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탈삼진 1개, 볼넷 1개) 4실점으로 무너진 것. 최고 153km의 공을 뿌렸으나 공은 스트라이크존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으로 날아갔다. 어렵사리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아낸 김강률은 땀범벅이 된 채 덕아웃으로 향했다.
 
"완전 긴장되서 죽는 줄 알았어요.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땀은 왜 그리 많이 나던지". 1군 데뷔전 다음날 아쉬움 속에 소감을 이야기했던 김강률은 얼마 지나지 않아 2군으로 내려갔다. 시즌 후 상무에 입대해 선발-계투를 오가며 에이스 노릇을 했던 김강률은 올 시즌 4경기 1세이브 평균자책점 1.50(28일 현재)을 기록 중.
 
특히 데뷔전 악몽을 안겨줬던 목동에서 생애 첫 세이브로 투수로서 처음 긍정적인 기록을 올렸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경기 후 김강률은 "세이브 조건은 잘 몰랐다. 그저 급하게 몸을 풀고 나왔다. 내 공만 던지면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상무 마무리로 활약했던 기억은 모두 사라졌던 모양이다.
 
뒤이어 그는 "이제 시작이다. 남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힘있는 모습으로 내 장점을 다 보여주겠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광수 감독대행 또한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이런 상황에서 김강률을 기용하겠다"라며 믿음을 보였다.
 
원래 김강률은 입단 당시부터 "장래 팀의 마무리감"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투수. 최근 부진과 감독 사퇴 등으로 인해 팀 성적이 급전직하한 두산이지만 그들은 기대치가 크게 떨어진 시점에서 모험을 시도했다. 그 결과 그들은 노경은에 이어 김강률이라는 필승 계투감을 또 한 명 발견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이 바로 두산의 '화수분 야구' 초심이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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