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5월과 6월 사이 KIA와 LG가 2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 싸울 때, 올 시즌 SK를 누르고 시즌 1위에 등극할 팀이 삼성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삼성은 특별한 스타 선수도 없고, 감독은 초짜기 때문이었다. 또한 LG에 가려졌지만 삼성에도 채태인, 조동찬 등 내야수들이 줄부상을 당한 상태였고 외국인 타자 가코는 유행어만큼의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28일 LG를 꺾고 2009년 4월 11일 이후 808일 만에 리그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줬다
삼성이 이렇게 소리소문 없이 잘나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 어느 한 군데 만만하지 않은 타선

뭐니뭐니 해도 삼성이 지난 해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타선이다. 지난 해나 올해나 삼성은 스타 타자 없이 시즌을 치렀다. 지난 해 삼성의 야구 색깔은 '지키는 야구'였기 때문에 무조건 먼저 1점이라도 내면 불펜이 우르르 몰려나와 승리를 매조졌다. 그러나 올해 삼성은 5회 넘도록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40승 중 21승이 역전승이라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선발이 무너져도 타선이 경기를 다시 가져올 수 있는 팀이 된 것이다.
삼성은 배영섭과 박한이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진이 각각 3할7푼9리, 3할7푼7리의 출루율로 밥상을 차려주고 있고, 최형우와 박석민은 팀 홈런 54개 중 25개를 합작하며 밥상을 떠먹이고 있다. 손주인, 김상수 등 하위타선도 각자 2할8푼7리의 타율로 상대 투수들을 충분히 괴롭히고 있다. 특히 김상수는 28일 경기 등 올 시즌 세 경기에서 결승타를 만들어내며 무서운 하위타선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삼성은 한 군데 쉽게 넘어갈 수 없는 타선이 됐다.
특히 박한이, 채태인, 최형우 등 기존에 풍부했던 좌타 자원 외에 박석민, 신명철, 모상기 등 우타자들이 좌우 조화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투수를 가리지 않고 칠 수 있는 타선이 완성됐다. 특히 가코의 부진으로 지난 14일 1군에 합류한 '2군의 이대호' 모상기는 타율은 2할3푼에 머무르지만 장타율이 6할9푼2리에 달해 가코의 빈 자리를 충분히 메우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 강한 선발, 더 강한 불펜, 최강의 마무리
류중일 감독이 올 시즌 초부터 공격 야구를 선포해왔지만 그 효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삼성은 아직도 팀 타율 2할6푼6리로 공동4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삼성에는 팀 타선의 부담을 덜어주는 마운드가 있다. 삼성 투수진은 SK 다음으로 낮은 평균자책점(3.53)을 기록하며 아직 공격력이 부족한 타선에 힘이 돼주고 있다.
삼성은 시즌 초부터 6선발 체제를 갖춘 몇 안되는 팀으로서 여유 있는 선발 운용을 해왔다. 이는 팀의 에이스 장원삼, 배영수 등이 부진을 겪는 동안에도 팀이 흔들리지 않는 배경이 됐다. 그리고 선발이 흔들릴 경우 바로 나올 수 있는 정현욱, 권혁, 안지만, 정인욱 등의 막강한 불펜들은 선발의 짐을 나눠맡고 있다. 이 불펜진은 28일 경기에서도 선발 윤성환이 1-3으로 뒤진 채 내려왔지만 5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삼성은 8회까지만 잘 버티면 경기를 확실히 마무리할 수 있는 '끝판왕' 오승환이 기다리고 있다. 오승환은 올 시즌 31⅓이닝 동안 삼진만 44개를 잡으며 최단 경기 20세이브 타이 기록을 세우는 등 전성기 시절의 구위를 되찾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삼성은 불펜 B조인 이우선, 임현준이 각각 평균자책점 3.60, 2.93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선동렬 전 감독의 퇴임 후에도 건재한 마운드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삼성은 낙차가 그리 큰 팀이 아니다. 2009년 삼성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것이 뉴스가 될 정도로 삼성은 조용히 상위권을 줄곧 지켜왔다. 거기에 몇년 사이의 성적 중 두드러지는 투타 조화는 최근 삼성의 상승세가 반짝 과열이 아님을 예상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삼성이 탈환한 선두를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장마 등 날씨에 흔들리지 않는 플레이과 풀타임을 뛰어본 적 없는 젊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이 여름 고비를 넘어선다면, 앞으로 '야구 대통령' 류중일 감독과 젊은 사자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 기대해볼 수 있다.
autumnbb@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