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6일만의 2위 추락' SK, 흔들리는 아성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29 07: 04

1년2개월9일. 일수로는 436일. 이 기간 동안 1위 자리를 계속 지켜온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그런데 그 팀이 바로 SK이기 때문에 이건 충격이다.
SK가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지난 28일 문학 한화전에서 1-5로 패한 뒤 43분이 지나서였다. 2위 삼성이 LG를 10회 연장 접전 끝에 4-3으로 역전승하며 순위가 맞바뀌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반경기차로 뒤지던 2위 삼성이 SK를 밀어내고 1위가 된 것이다. SK가 2위로 밀려난 건 지난해 4월18일 이후 처음. 삼성이 808일 만에 1위 자리에 오르면서 SK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했다. 그 시간 문학구장에는 장맛비가 쏟아졌다.
▲ 흔들리는 선발진

야구는 투 수놀음이다. 승부를 만들어주는 선발투수가 기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나 SK는 선발이 약하다. 게리 글로버를 제외하면 확실한 선발투수가 없다. SK는 올해 선발투수가 5회를 채우지 못하고 조기강판된 게 64경기 중 29경기나 된다. 김광현과 송은범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뼈아프다. 짐 매그레인은 카도쿠라 켄의 반도 못하고 있다. 선발들이 불안하기 때문에 불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정우람 전병두 이승호(20번) 등이 분전하며 승승장구했지만 장기레이스인 페넌트레이스에서 불펜으로는 한계가 있다. 김성근 감독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SK는 구원 투구이닝이 278이닝으로 가장 많다. 반면 선발은 284⅔이닝으로 가장 적다.
▲ 색깔없는 공격력
타선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SK는 희생번트가 많은 팀이지만 의외로 홈런도 많은 팀이었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2차례나 팀 홈런 1위를 차지하는 등 홈런에서 4위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그런데 올해는 팀 홈런이 39개로 넥센(34개) 다음으로 적다. 그렇다고 빠른 발로 커버하는 것도 아니다. 팀 도루(60개)·도루성공률(63.8%) 모두 5위에 불과하다. 김성근 감독 부임 후 SK는 언제나 팀 도루 2위권에는 드는 팀이었다. 확실한 색깔이 없어진 것이다. 3할 타자도 최정(0.316)과 정근우(0.305) 뿐이며 나머지 선수들은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는 전원야구의 SK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 끈끈한 맛은 어디로
올 시즌 SK를 두고 "예전만큼 끈끈한 맛이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종종 나온다. 통상 1점차 승부는 집중력과 근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쓰인다. SK는 8개 구단 중 1점차 승수가 6승으로 가장 적은 반면 1점차 패배는 13패로 가장 많다. 6승13패로 1점차 승부 승률이 3할1푼6리로 가장 낮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1점차 승리가 20차례나 있었고, 승률도 삼성(0.607) 다음으로 좋았다. 올해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시즌 전체를 통틀어가 역전패가 18차례로 가장 적은 팀이었지만, 올해는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역전패가 12차례나 된다. 뭔가 SK답지 못한 경기내용이 많아진 것이다. 분명 이상 조짐이다.
▲ 빨리 찾아온 위기
그러나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SK는 6월에도 10승10패로 5할 승률을 하고 있다.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아직 삼성보다 5경기나 덜 치렀다. 비록 중간 순위에서는 삼성에 밀렸지만 결국 결정권은 SK가 쥐고 있다. 지난 2009년에도 SK는 7연패를 당했지만 시즌 막판 19연승으로 보란듯 일어섰다. 다만 팀의 위기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건 위험스럽다. SK는 매년 시즌초 전력질주로 승수를 버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승수를 다 까먹었다. 지금까지 한 경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경기가 더 많이 남아있다. SK는 우천 연기된 게 11경기나 있다. 김 감독은 "아직 70경기를 더해야 한다"며 "잔여경기가 많아지면 나중에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고 걱정을 나타냈다. 원래 SK는 위기일수록 강해졌다. 과연 이번에도 SK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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