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상균아, 홈런 맞는 줄 알았잖아"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29 18: 06

"상균아, 난 어제 너에게 홈런 맞는 줄 알았다".
29일 잠실구장에서는 LG와 삼성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되자 야구장은 더 이상 승부의 세계가 아니라 따뜻한 담소를 나누며 우정과 친목을 다지는 곳으로 바뀌었다.
특히 양팀의 여러 선수들의 만남 가운데서도 '돌직구' 오승환(29, 삼성)과 '윤해병' 윤상균(29, LG)의 대화가 가장 진지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오승환과 윤상균은 단국대 동기다. 이들은 대학 시절 배터리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일궈낸 사이다. 비록 팀은 다르지만 여전히 친한 친구사이다.
그런데 이들은 전날(28일) 연장 10회말에 더 이상 친한 친구가 아닌 적이 되어 맞대결을 펼쳤다. 삼성이 4-3으로 앞선 연장 10회말 2아웃 상황에서 마운드에는 오승환이 공을 던지고 있었고, 윤상균은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다.
LG 박종훈 감독은 윤상균에게 큰 것 한방을 바라며 조커로 윤상균 카드를 빼 든 것이다. 이들은 타석과 마운드에서 서로에게 가볍게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지었다.
윤상균은 오승환의 초구 136km 슬라이더를 파울로 걷어냈다. 2구째는 152km 직구가 스트라이크로 들어왔다. 볼카운트 2-0에서 윤상균은 오승환의 3구째 136km 높은 슬라이더를 힘껏 받아 쳤다.
윤상균의 타구는 좌중간 펜스를 향해 쭉쭉 뻗어 나갔다. 홈런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삼성 좌익수 배영섭이 펜스 바로 밑에까지 뛰어가 가까스로 공을 잡아내고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공을 끝까지 땅에 떨어뜨리지 않은 배영섭의 호수비 덕분에 2루심은 아웃을 선언했고, 경기는 이렇게 끝났다.
하루가 지났지만 오승환은 윤상균을 보자 마자 "상균아, 어제 넘어가는 줄 알았다"며 큰 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러자 멋쩍은 웃음을 지은 윤상균은 "나도 그렇게 멀리 날아갈 줄 몰랐다. 그런데 타구가 계속 뻗어 나가서 홈런인줄 알고 좋아했는데 2루에서 김상수가 '형 아웃인데요'라고 말해 너무 아쉬웠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오승환도 "나는 맞는 순간 공이 계속 뻗어 나가길래 넘어 갔구나. 이거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잡혔더라"고 말하며 윤상균에게 잘 했다고 격려했다.
"둘이 친하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승환은 "친하다. 그런데 그렇게 세게 치면 안 된다"면서 윤상균의 손을 꼭 잡았다.
LG 박종훈 감독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윤상균의 타구가 넘어갔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
비록 승패가 갈리는 결과 때문에 LG와 윤상균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윤상균과 오승환 둘 사이에는 또 다른 추억의 순간이 됐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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