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없습니다".
안익수(46) 부산 감독이 지난 2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러시앤캐시컵 2011 8강전을 앞두고 꺼낸 얘기다. 그저 엄살로 받아들이기에는 분위기가 비장했다.
안익수 감독의 엄살(?)에는 이유가 있었다. 컵대회에서 승승장구를 이어갈 경우 7월 16일까지 9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것. 그런데 계산이 조금 이상했다. 부산이 컵대회 결승전까지 진출해도 정규리그를 포함해 소화해야 할 경기는 6경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3경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R리그(2군 리그)였다.

안익수 감독이 사정을 털어놨다. 부산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1군과 2군을 합쳐 27명에 불과해 아랫돌을 빼내 윗돌을 괴는 상황이었다. 다른 감독과 달리 R리그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안익수 감독은 "오늘 컵대회에서 뛴 선수 중 일부는 내일 R리그에서도 뛰어야 한다"며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포항 측에 R리그의 연기를 요청한 것도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기가 안 됐으니 경기를 치러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익수 감독을 더욱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은 믿었던 제자들의 승부조작 파문. 올해 안익수 감독이 직접 영입한 고참 수비수 L(32)이 전 소속팀에서 저지른 잘못으로 조사를 받으며 전열에서 이탈했다. 가뜩이나 선수가 없는 처지에 한숨만 나올 뿐이다.
안익수 감독은 "이번에 조사를 받고 있는 L을 빼면 우리 팀은 이제 26명이다. 골키퍼 3명을 제외하면 23명이다. 솔직히 이런 상황이 답답하지 않으면 거짓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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