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불펜 에이스 정우람(26)은 요즘 주목받는 인물이다. 선발투수 이상으로 존재감을 떨치는 중간투수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다졌다.
정우람은 지난 21일 광주 KIA전에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개인 통산 104번째 홀드를 기록했다. 류택현(103개)을 넘어 프로야구 역대 통산 최다홀드 기록을 세운 것이다. 정우람은 올해 SK가 치른 64경기 중 37경기에 등판,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61이닝을 던졌다. 규정이닝에 3이닝만 모자란 기록. SK 최고 에이스는 바로 정우람이다.

▲ 최장기 휴식
최다홀드 기록을 세운 뒤 정우람은 장마성 폭우와 태풍 영향으로 연일 경기가 우천 연기되자 8일째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4월 6일간 휴식을 취한 적이 있지만 이처럼 오래 쉬는 건 처음. 정우람은 "요즘 긴장감 유지가 잘 되지 않는다"며 웃은 뒤 "캐치볼을 더 많이 던지며 감각을 조절하고 있다. 엊그제 불펜 피칭도 한 번 소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쉼없이 던진 정우람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휴식기도 없다.
올해 홀드 1위에 올라있는 정우람은 최고의 중간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37경기 4승6세이브12홀드 평균자책점 1.03.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0.80이며 피안타율도 1할7푼7리밖에 되지 않는다. 탈삼진은 42개. 무엇보다도 대단한 건 무려 61이닝을 던졌다는 점이다. 산술적으로 정우람이 지금 같은 페이스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무려 127이닝이 된다. 2이닝 이상 투구가 16경기, 3이닝 이상 투구도 2경기 있었다. 이틀 연속 투구도 12차례나 된다.
▲ 정우람 MVP론
이쯤되니 '정우람 MVP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누가 뭐래도 정우람은 SK 투수 중에서 팀 내 공헌도가 가장 높다. 정우람은 이 같은 MVP론에 대해 "극소수의 야구 볼 줄 아시는 분들이다"며 농을 던진 뒤 "그런 생각은 전혀 없다. 우승하는 게 중요하지 MVP 같은 개인상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부상없이 끝까지 잘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마무리에 대한 욕심에 대해서도 "자기 자신은 본인이 가장 잘 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맞는 것"이라며 중간계투에 대한 애착도 보였다.

정우람은 중간계투의 인식도 바꿔놓았다. 2000년대 중반부터 삼성을 비롯한 여러팀들이 불펜 중심의 지키는 야구로 중간투수들에 대한 인식을 높여놓았다. 하지만 이번에 정우람이 홀드 기록을 갈아치우고 SK의 절대 중심으로 뜨자 중간계투에 대한 재인식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정우람은 "내가 일조한 건 없다. 오히려 그 전에 다른 중간투수들을 보고 많이 배웠다. 우리팀 조웅천 코치님부터 다른 팀 이재우·정재훈·권오준·권혁 등 여러 중간투수들을 많이 보고 배우고 느꼈다. 기록이 하나 생겨서 그렇지 내가 일조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겸손의 극치다.
▲ 기록보다 우승
그런 정우람에게 2군에 있는 조웅천 코치도 축하문자를 보냈다. 1군과 2군으로 소속이 달라 자주 얼굴을 볼 수 없지만 문자로나마 제자의 기록을 축하했다. 조 코치는 역대 프로야구 최다 813경기 출전등판 기록을 갖고 있다. 정우람은 447경기.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연평균 68경기를 등판한 정우람의 페이스라면 기록 경신은 언제가 되든 시간문제다. 그러나 정우람은 "최다출장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보다 팀 성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SK는 지난 28일 한화에 1-5로 완패하며 1년2개월9일, 436일 만에 1위 자리에서 내려왔다. 정우람은 "팀이 항상 1위만 할 수는 없다. 선수들은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있고 치고 올라갈 기회가 있기 때문에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다들 분발하고 있다"며 "오히려 2위로 떨어진 게 잘 된 것일 수 있다. 그동안 부진해도 계속 1위였지만 이번에는 막상 2위로 떨어지니 더 자극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각자 자기 역할만 하면 된다. (김)광현이도 지금 이대로 끝날 게 아니다"며 동료들에 대한 믿음도 보였다. 그리고 그런 동료들의 믿음에 있어 가장 큰 원천이 바로 정우람이다. 그는 SK의 등불이고 믿음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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