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계속할까?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30 13: 35

'슈퍼소닉' 이대형(28, LG 트윈스)의 전매특허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Head First Sliding)이다. 2루 베이스를 훔친 뒤 헬멧을 벗고 유니폼 상의와 허리띠에 묻은 흙을 탈탈 털어내는 모습에 야구팬들은 열광한다.
그러나 많은 야구팬들이 이대형을 한달 가까이 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예상치 못한 왼 어깨와 오른쪽 복사뼈 부상을 당해 현재 1군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엔트리 제외 이유는 복숭아뼈 부위에 실금이 간 것이 1차적이지만, 왼 어깨 부상도 이대형을 괴롭혔다.
이대형은 올 시즌 51경기 출장해 2할6푼3리의 타율에 46안타 12타점 35득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 5일 롯데전 대타로 나온 이후 한달 가까이 자리를 비웠다. 23개의 도루를 기록한 이대형은 그 사이 두산 오재원(27개)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삼성 배영섭(23개)과 공동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이후 4년 연속 50도루 이상, 2008년부터는 60도루 이상을 기록했던 이대형의 마음은 답답함과 불안함이 생길 수 밖에 없다.

LG는 그의 복귀 시점을 6월말로 잡았으나 실금이 간 부위가 아직 완전하게 붙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복귀 시점을 뒤로 늦췄다. 29일 잠실 삼성전이 우천으로 경기가 연기된 뒤 기자들과 만난 박종훈 감독도 "예상했던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해 7월 중순은 되어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한번쯤 고민해 볼 부분이 있다. 바로 이대형의 슬라이딩 방법이다.
이대형은 도루를 할 때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다. 헤드퍼스트는 말 그대로 몸이 공중에 붕 떠서 지면에 착지하는 것이다. 이 순간 어깨, 허리, 갈비뼈, 골반, 목에 일차적인 무리가 올 뿐 아니라 베이스를 터치하려다 손가락이 다칠 수도 있다.
부상을 당하기 전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이대형은 "물론 부상위험이 있지만 나는 아직 아픈 곳이 없다. 그리고 이 방법이 가장 빠르며, 상대 야수들의 태그를 피하는데도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대형의 말은 맞다. 야구광으로 알려진 미국 워싱턴 대학교 데이비드 피터스 물리학 교수는 지난 2008년 8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핏 퍼스트 슬라이딩(Feet First Sliding)에 관해 강의했다. 이 강연 내용에 따르면 피터스 교수는 "거리만 놓고 환산하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핏 퍼스트 슬라이딩 보다 10cm 가량 빨리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빠르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몸의 무게 중심이 상체에 있는 선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유리한 반면 중심이 하체에 있을 경우 핏 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296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주루 센스가 뛰어났던 유지현 LG 주루 코치도 "이대형이 부상에서 복귀할 경우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핏 퍼스트 슬라이딩을 놓고 한번쯤 고민해 볼 부분이다"는 뜻을 나타냈다.
유지현 코치는 지난 1994년 프로에 입단한 뒤 1997년부터 다리로 슬라이딩을 했다. 그 전에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핏 퍼스트 슬라이딩을 병행했다. 그는 "나 같은 경우 부상은 아니었고, 체력적인 부분 때문에 다리 슬라이딩을 주로 시도했다'고 말했다.
유 코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핏 퍼스트 슬라이딩에 비해 부상위험과 체력소모가 대단히 크다. 특히 가슴, 허리, 목, 어깨에 부상 위험이 높다. 그러나 핏 퍼스트의 부상 위험 부위는 무릎 정도다. 그러나 선수들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선호하는 것은 가장 빠른 방법임과 동시에 야수의 태그를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주심의 눈을 현혹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코치는 또 "이대형은 다리로 들어가도 보통 이상의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탄력이 좋아 다리로 들어가도 가속도를 살릴 수 있다. 그러나 두려움을 갖게 되면 부상 위험이 더 커진다"면서 "이번 시점에서 대형이도 슬라이딩 방법을 놓고 고민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과거 LG에 오태근이 있었다. 유 코치는 "발 빠르기만 놓고 보면 오태근이 이대형보다 더 빨랐을 것이다. 그러나 오태근 역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면서 당한 부상으로 이후 슬라이딩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다"면서 "이대형도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호타준족중 한 명인 보스턴 레드삭스 외야수 칼 크로포드(30)는 지난 2002년 데뷔해 30일 기준 통산 417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2009년 60개, 210년에는 47개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는 도루를 할 때 항상 핏 퍼스트 슬라이딩을 한다.
이유가 있었다. 크로포드는 지난 3월 보스턴 스프링캠프지에서 OSEN과 만나 "나는 도루를 할 때 다리로 슬라이딩을 한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안 한다. 어렸을 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 어깨와 목에 부상을 당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핏 퍼스트 슬라이딩만 한다"고 대답했다.
당시 "한국에서 지난 시즌 70개가 넘는 도루를 한 선수가 있는데 조언을 해달라"고 그에게 말하자 "나보다 도루를 더 많이 했는데 무슨 조언을 하냐"며 웃은 뒤 "리드 거리가 가장 중요하다. 투수를 잘 살피다 1루수가 베이스에서 떨어지는 상황을 유심히 살피고 준비 자세를 취한다. 최대한 빨리 뛰어 슬라이딩한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한 조언이었다.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38)도 미일 통산 600도루를 돌파했지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아닌 핏 퍼스트 슬라이딩만 한다.
그렇다면 이대형은 핏 퍼스트 슬라이딩도 가능할까. 유지현 코치는 "올 시즌에도 몇 차례 핏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적이 있다. 이대형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뿐 아니라 핏 퍼스트 슬라이딩도수준급"이라면서도 "모든 것은 선수가 결정할 부분이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대형은 현재 재활군에서 재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조만간 기술 훈련도 시작한 만큼 7월 중순이면 1군 복귀가 가능하다. 1루에 나간 이대형이 2루 베이스를 훔칠 때 과연 어떤 슬라이딩을 할까.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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