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수목극 '로맨스타운'이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100억 복권에 당첨된 열혈 식모 '노순금'을 주인공으로 한 이 드라마는 일확천금을 꿈꾸고 인생 역전의 문턱을 밟고 있는 1번가 식모들의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그려내고 있다. 노순금이 주인공이지만 민효린 이경실 박지영 등 동료 식모들의 캐릭터도 반짝반짝 빛이 나 재미를 더한다. 거기에 노순금을 동시에 사랑하는 두 남자, 강건우(정겨운 분)와 김영희(김민준 분)의 판이한 여심 사냥법을 비교해 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이 작품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거나 등장신이 많지 않은 캐릭터들에게도 숨결을 불어넣는 미덕을 발휘한다. 극중 불륜 경계를 넘나드는 조성하 양정아 이재용 등 중견 3인방의 삼각관계 역시 은근한 긴장감을 선사한 바 있다.

이토록 다양한 캐릭터들이 존재감을 찾을 수 있는 데는 작가의 필력이 큰 작용을 했을 것이다. 물론 주연과 조연 사이 '차이'란 분명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지만, 남녀 주연 성유리와 정겨운 외에도 수많은 인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얼마나 치밀하게 공을 들여 대본을 쓰는 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토록 화려한 캐릭터의 향연 속에서도 주인공 성유리의 존재감이 뛰어나다는 사실은 그녀를 기특하다 느끼게 만든다. '로타'는 남녀 주연의 멜로에만 집착하는 일부 드라마들의 편협하고 단조로운 구성과는 전혀 다르다. 여주인공이 인생 역전에 성공해, 부와 사랑을 동시에 거머쥔다는 식의 단순한 신데렐라 이야기도 아닌데 성유리는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에피소드 사이에서도 작품의 중추에 자리한다.
자칫 분산되기 쉬운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신에게서 옮겨가지 못하게 붙잡는 힘은 성유리의 연기력과 열정이 빚어낸 산물이다. 전작들에서 연기력 논란에 부딪혀 마음고생이 심했다던 그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여유롭고 단단한 모습이다.
성유리는 이번 작품에서 울기도 잘 울고 웃기도 예쁘게 웃는 멜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서 갖춰야할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배우로서의 연기력 논란은 사라진 지 오래다.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작품을 거듭하며 괄목할 성장을 이룬 배우 성유리의 성과에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작품 이력이 그리 많지도, 연기 경력이 길지도 않은 그녀는 '로타' 속 막강한 존재감으로 다음 변신을 기대하게 만드는 여배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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