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한테 잘 해줘야죠".
한화 내야수 정원석(34)은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가 꼽은 팀 내 가장 친한 선수다. 나이대도 비슷하고 화통한 성격도 잘 맞는다. 가르시아에게 수시로 말을 걸고 장난을 치면서 몰라보게 친해졌다. 가르시아가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바로 뒷타순의 정원석과 손뼉을 사정없이 마주친 뒤 쿵푸식으로 인사하는 홈런 세레머니도 만들었다. 가르시아가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정원석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정원석은 "가르시아가 팀에 들어온 뒤 팀이 좋아졌다. 가르시아는 외국인선수이기 때문에 잘 해줘야 한다. 이야기도 많이 하고, 같이 밥도 자주 먹는다. 성격이 좋아서 잘 맞는다"며 "홈런 세레머니도 함께 연구해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냥 손뼉만 마주쳤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것 같더라. 그래서 쿵푸식 인사로 마무리하는 것을 새로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껄껄 웃었다. 가르시아와 쿵짝이 잘 맞는 것이다.

그러나 가르시아의 합류를 전후로 정원석은 깊은 부진에 빠졌다. 6월 19경기에서 56타수 9안타 타율 1할6푼1리 2홈런 6타점에 그쳤다. 가르시아가 들어온 뒤 5번 타순에서 6번 타순으로 내려가 부담도 덜했지만 좀처럼 타격감각이 살아나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도 그런 정원석을 바라보며 "작년 같은 절박함이 없어졌다"고 일침을 놓았다. 하지만 가장 답답한 건 뜻대로 풀리지 않는 정원석 본인이었다.
정원석은 "야구를 못 하니까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6월에 이상하리만큼 잘 맞지 않는다. 이유도 잘 모르겠다. 시즌 초반에 페이스를 너무 빨리 끌어올린 탓인가"라며 "강석천 타격코치님이랑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허리가 빠지고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사구를 맞더라도 배트박스에 더 붙어 어깨가 열리지 않게끔 하고 있다"고 부진 탈출을 향한 노력을 설명했다.
그 노력이 6월의 마지막 날 빛을 발했다. 지난달 30일 문학 SK전에서 5-5로 맞선 6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SK 구원투수 전병두를 상대로 5구째 가운데 높은 138km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시즌 4호 홈런이 결정적인 순간 터진 결승포가 된 것이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는 스리런 홈런 2방을 폭발시킨 가르시아에 집중됐지만, 정원석의 결승 솔로포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원석은 "이제 지긋지긋한 6월이 끝났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린 듯했다. 이제 한 경기에 하나씩만 친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갈 각오를 보였다. 정원석이 6번 타순에서 가르시아를 잘 뒷받침한다면 한화 타선은 지금보다 훨씬 더 무서워진다. 정원석은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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