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을 끝내고 더 가냘퍼진 공효진을 만났다. 많이 지쳐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표정이 좋았고, 에너지가 넘쳤고, 그래서 더 사랑스러웠다.
어느 순간 그녀의 당연한 이름처럼 돼버린 ‘공블리’. 공효진은 언제부터 ‘공블리’가 됐나? 어떻게 연기 했길래 그렇게 사랑스런 이름이 붙어져 버린 걸까?
어쩌면 우매할수도 있고, 노골적일수도 있는 질문에 공효진은 날것의 연기가 그렇게 보이게 만드는 것 같다며,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 방식을 이야기해줬다. 아울러 환상적인 호흡을 보였던 차승원과 연기를 맞춰갔던 과정이며, 그의 매력, 쳬력적으로 힘들었던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한보따리 풀어놔줬다.

친구와 수다를 떨 듯 즐거웠던 ‘공블리’와의 인터뷰.
-다른 출연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면 다들 공효진씨 체력 걱정을 하더라.
“이번엔 봄-여름에 촬영하는 거라 일부러 살을 찌워서 촬영에 임했다. 너무 깡 말라보일까봐...근데 촬영하면서 3kg이 빠졌다. 밤샘을 많이 하니까 입맛도 없고 살이 빠지는 것 같다. 이젠 정말 껍데기만 남은 것 같다. 영혼까지 날아가 버린 느낌이랄까? 내가 신이 많아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인데 작가분들에게 전화해서 신 좀 빼달라고 할 수도 없고 내가 감수해야할 몫이었던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13-14부가 가장 힘들었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회였는데,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우는 신들도 많았는데, 계속 울다보면 나중에는 눈물이 잘 안나온다. 이번 작품에서는 유독 여러 컷들 중에 잘 울었던 컷들이 다 편집됐다. 그 부분이 좀 이쉽다.”
-드라마가 화제가 많이 됐다. 시청자들의 사랑을 피부로 느끼나?
“많이 느끼고 있다. 차승원씨가 너무 잘해 주신 것 같다. 사실 처음에는 비호감 연예인의 아픔도 그려내야 하고, 망가지는 모습도 보여야 해서 부담이 많이 됐다. 하지만 어느 순간 코믹적인 부분이 차승원씨에게 넘어가서 ‘웃음’을 드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많이 덜었다. 그런 부분은 차승원씨에게 많이 업혀갔다고 할 수 있다. 난 그냥 옆에서 이상하다는 표정만 지어주면 되니까.”
-너무 겸손한 말씀인 것 같다(웃음). 공효진의 연기를 보고 있으면 연기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옆에서 친구가 그냥 이야기하는 것 같고, 심지어 구애정이 독고진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표정은 보는 이들까지 설레게 만드는데.
“철저하게 준비해 오시는 차승원씨와는 연기 스타일이 반대다. 나는 대본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컷마다 분위기에 따라 대사을 달리 한다. 같은 대사도 화내면서 했다가 웃으면서 했다가 이렇게 저렇게 다 한다. 감독님이 그 중에 가장 좋은 컷을 쓰시고, 그게 대체적으로 좋게 나온다. 처음엔 차승원씨가 많이 당황하더라. 나의 이런 연기 스타일에 어떻게 받아쳐야 하는지, 얘가 이제 대사를 더 할 건지, 쉴 건지 헷갈려 하시더라.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상대배우 연기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많이 됐다. 하지만 이렇게 전혀 다른 연기 스타일이 만나 오히려 시너지를 낸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이런 스타일이 날것의 연기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보시는 분들도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파스타’ 때부터 ‘공블리’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번에도 사랑스러운 모습이 많이 화제가 됐는데..
“‘공블리’라는 별명 너무 좋다. 이젠 남자팬들도 많이 생겼다. ‘파스타’ 이후 ‘최고의 사랑’을 선택한 것도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서 였다. 이 나이가 아니면 이런 연기 더 못할 것 같아서. 이번에도 차승원씨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구애정이 어떻게 보면 밋밋해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차승원씨가 원래 마초같은 이미지가 있으셔서 그냥 옆에만 있어도 상대적으로 갸날퍼 보이고, 여성스러워 보인 것 같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구애정에 공감을 많이 느꼈을 것 같다.
“공감이 많이 갔다. 그래서 웃음도 좋지만, 구애정의 아픔이 더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런데 심각하게 파고들기보다 극 흐름상 가볍게 넘어간 것 같아 아쉽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최사’에 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연예인들의 아픔을 작정하고 보여줬다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반감을 살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하다. 웃음 속에 뼈있는 이야기들이 있어 오히려 나중에 더 생각나지 않았을까?”
-가장 공감가는 신들이 있다면?
“마지막 부분에 많았는데, 독고진 동영상, 열애설, 결혼설 등등...열애를 공개하면 늘상 ‘결혼은 언제 하냐?’ 물어보시고 ‘아직도 사귀냐’ 물어보고... 그냥 내버려두시면 좋을 텐데. 그래서 다들 열애 공개를 꺼려하는 것 같다.”
-마지막 신이 화제가 많이 됐다. ‘최사’에 딱 맞는 신이 나왔는데.
“그 신은 정말 우연히 만들어진 거다. 원래는 애정과 독고가 쇼파에 앉아있는 모습을 비쳐주면서 끝나는 건데, 아기가 계속 우는 거다. 내가 안아도 봤다가 차승원씨가 안아도 봤다가 몇번의 NG가 났다. 근데 차승원씨가 안으면 역시 애기 아빠라 그랬는지 울음을 그치더라. 찍다보니 어느새 새벽이 되어가고, 다들 너무 지친 상태라 그냥 이렇게 마무리하자 해서 나온 신이었다. 거기에 차승원씨가 애드리브로 ‘영광인줄 알아!’라는 대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최사’에 가장 잘 맞는 엔딩신이 된 것 같다.”
-공효진씨 하면 ‘패셔니스타’ ‘완판’ 등의 단어가 항상 따라다닌데, 이번에도 패션들이 많은 이슈가 됐다.
“처음에는 완판됐다고 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안 믿어졌는데, 알고보니 진짜더라. 그래서 이번에는 작정하고 준비를 했다. 연예인이라 유니폼을 입을 필요도 없고, 예쁜 옷 많이 입을 수 있겠다 싶어 두달 전부터 스타일 준비를 했다. 요즘 ‘하의실종’이라고 해서 짧은 하의가 유행이라 반대로 롱스커트를 유행시켜보자 싶어 길게 입고 나왔다. 그리고 슈즈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했고,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특히 차승원씨가 키가 커서 하이힐을 맘껏 신을 수 있을 수 있어 좋았다.”
-이제 30대가 됐는데, 20대의 공효진과 30대의 공효진 중 어느 모습이 더 좋나?
“20대가 부럽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지금의 공효진도 너무 좋다. 아니 다시 돌아가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나이가 들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이 좋고, 빨간 립스틱이 어울리는 지금이 좋다. 20대 때는 내가 빨간 립스틱이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근데 지금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어 내 모습이 조금씩 바뀐 탓도 있을 거고, 내가 나에게 어울리게 바르는 방법을 터득한 탓도 있겠지.”
-차기작은 영화로 알고 있다.
“하정우씨와 로맨틱 코미디를 한다.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다. 뽀뽀신도 많아 기대(?)가 된다(웃음).”

bonbon@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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