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2년차 좌완 투수 마일영(30)이 살아났다. 6월 평균자책점 제로를 자랑하며 한화 불펜을 든든하게 지켰다.
마일영은 지난달 28~30일 문학 SK전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8일 경기에서는 선발 류현진이 갑작스런 왼쪽 등 근육통으로 5회까지만 던지고 내려가자 6회부터 마일영이 긴급투입됐다. 마일영은 2이닝을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잘 막으며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30일 경기에서도 6-5 살얼음 리드를 지키던 6회 1사 1·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 박재상을 병살타로 요리하는등 1⅓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에서 병살타만 3개나 솎아내며 연속 홀드를 기록했다.
마일영의 6월 성적을 보면 놀랍다. 6월 10경기에서 1승4홀드를 거두며 실점도 주지 않았다. 8⅓이닝 동안 안타와 볼넷을 각각 5개와 4개씩 허용했을 뿐 실점이 없었다. 이 기간 동안 피안타율은 1할9푼2리였으며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1.08밖에 되지 않았다. 9명의 승계주자마저도 모두 잔루로 남겼다. 평균자책점과 승계주자 실점률 모두 제로를 기록한 것이다. 한화 불펜이 몰라 보게 안정된 데에는 새로운 필승 카드로 떠오른 마일영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시즌 초반 마일영은 실망스러웠다. 5월까지 20경기에서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10.66. 피안타율은 3할8리였고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무려 2.21에 달했다. 특히 볼넷이 문제였다. 12⅔이닝 동안 12개의 볼넷을 남발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자신감없는 마일영을 엄하게 다뤘다. 볼넷을 주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볼넷을 줄 때마다 마운드에 올라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공을 빼앗았다. 피해가는 피칭만큼은 안 된다는 일침이었다.
마일영은 시즌 초반을 되돌아보며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의 마음이 이해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상할만큼 공이 원하는 곳으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제구가 되어야 하는데 전혀 되지 않았다. 지금도 그 이유를 잘모 르겠다"며 스스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볼넷도 타자와 치열한 승부 끝에 내주는 것이 아니라 유리한 카운트를 점하고도 연속된 볼 남발로 그르친 것이었다. 그래서 정 코치는 마일영을 따로 불러 "홈런을 맞아도 좋으니 볼넷만큼은 주지 말라"며 호통을 치기도 했다.
그게 6월 초의 일이었다. 마일영은 정 코치에게 "코치님을 화나게 해서 죄송하다. 훌륭한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때부터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과감하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꽂기 시작했고, 타자와의 몸쪽 승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러자 마일영 특유의 묵직함이 살아났다. 점점 등판하는 일이 잦아졌고 투구이닝도 늘어났다. 정 코치는 "(마)일영이는 검증된 투수다. 허리 수술 여파가 있었지만 지금 많이 좋아졌다. 수술 이전 몸 상태를 회복해가고 있다. 원래 이 정도는 하는 투수였다"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했다.
마일영 스스로도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들쭉날쭉한 편이다. 스트라이크존 근처로 던지니까 타자들이 알아서 쳐서 죽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자릿수 승수를 두 시즌이나 거둔 투수가 바로 마일영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허리 수술을 받았고 이제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다. 정 코치는 "감독님이 계속 일영이를 내보내는 건 그만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해가는 피칭은 안 된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은 부진 속에서도 계속된 마일영의 중용에 대해 "(좌완 투수가) 없으니까"라고 농담반 진담반을 던진 뒤 "볼에 자신이 있으니까 피해가지를 않는다"며 흡족해 했다. 마일영의 부활로 한화 불펜이 훨씬 더 강해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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