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숍 직원인 소연. 소연은 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동물들을 돌보던 소연은 우연히 ‘비단이’란 고양이를 맡게 되고, 그 순간부터 단발머리에 눈이 새카맣게 녹아들어 간 여자 아이의 환상을 보게 된다.
이후 소연의 주변에서는 처참한 의문사가 잇따르고, 소연은 죽음의 원인에 고양이가 개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짝사랑의 대상이자 경찰인 준석(김동욱)의 도움으로 소연이 서서히 죽음과 공포의 실체에 접근하면서 극의 공포는 최고조에 달한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최초의 공포영화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이하 ‘고양이’)은 학대 받는 고양이와 억울하게 죽은 어린 아이의 원혼을 공포의 축으로 삼고 있다. ‘고양이’가 주는 가장 큰 공포는 바로 이 두 존재가 일으키는 화학작용에 있다.

공포스러운 소녀의 환상은 충격적인 비주얼과 기습적인 출몰로 관객의 심장을 바짝 조인다. 하지만 관객을 공포의 근원으로 더 바짝 몰아붙이는 건 소연의 눈에만 그 소녀가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폐소공포증을 앓아 정기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 그녀의 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설정은 똑 부러진 설명 없이 극에 포함돼 있지만, 은연중에 ‘귀신이 눈에 보인다’는 심리적 공포와 두려움을 더욱 부채질한다.

한가롭기만 한 펫숍에 어느 날 갑자기 오싹한 공포의 기운이 드리우고, 소름끼치도록 공포스러운 정체불명의 여자아이가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설정은 공포 영화의 정석처럼 다소 진부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한 고양이 몰살, 유기 동물들이 처한 처참한 환경에 대한 고발, 여기에 연루된 어린 아이의 실종과 안타까운 죽음은 극 저반에 몸을 숨기고 있다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며 이야기에 몰입도를 높인다.
소연과 그녀의 눈에만 보였던 환상의 소녀가 아파트 지하 밀실에서 조우하는 장면은 공포의 정점을 찍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한다.
고양이는 일반적으로 ‘귀신을 보는 동물’, ‘원혼이 씌인 동물’ 등과 같은 편견과 오랜 시간 싸워왔다. 이 작품은 그런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영리하게 이용하면서도 고양이가 지닌 공포스러운 이미지를 생각 없이 소비하지만은 않는다. 그게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이자 강점이다.
또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배우 박민영과 충무로 대표 아역배우 김새론의 동생 예론의 일품 연기는 영화 ‘고양이’를 더 쫄깃하게 만든다.
하지만 역시 고양이가 가진 이미지를 관념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일부 관객들의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공포영화란 장르, 공포의 표상 고양이, 잇따른 의문사 등 공포를 야기하는 여러 요소들을 적시적소에 버무려 놓고도 다소 느슨한 듯 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고양이 :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감독 변승욱)은 내달 7일 개봉한다. 러닝타임 110분.
tripl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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