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박진만, 삼성에 있었으면 끝"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1 10: 59

"박진만이 삼성에 있었으면 끝났을 것이다".
SK 김성근 감독은 지난달 30일 문학 한화전이 종료되자마자 펑고 배트를 들었다. 펑고의 대상은 유격수 박진만(35)이었다. 이날 박진만은 1회에만 그답지 않게 실책 2개를 저지르며 패배를 불렀다. 이미 문학구장 조명이 반쯤 꺼지고 비도 흩날렸지만 김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고 박진만에게 펑고를 날렸다. 좌우로 향하는 펑고 속에서 박진만은 몸을 날리느라 정신없었다. 노감독의 진노가 담긴 펑고에 베테랑도 예외 없었다.
이날 경기 전 김 감독은 선수난에 따른 경쟁심을 강조했다. "2군에서 올릴 만한 선수가 없다. 우리팀뿐만 아니라 어느 팀이든 지금 1진이 빠지면 들어올 만한 2진이 보이지 않는다. 선수자원이 많이 부족하다. 밑에서 올라오지 않으면 조직은 죽어버린다. 항상 밑에서 올라올 대기를 하고 있어야 선수생명도 길어질 수 있다. 경쟁심 때문에라도 선수가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김 감독의 말이었다.

그러면서 박진만에 대해 한마디했다. 김 감독은 "박진만이 삼성에 있었으면 끝났을 것이다. 여기에 와서 다시 살아난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삼성 마지막 몇 년간 박진만은 하락세였다. 떠오르는 신예 김상수에 유격수 자리를 빼앗겼다. 하지만 올해 SK 이적 후 39경기에서 88타수 27안타 타율 3할7리 2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이다. 표본이 적지만 3할 타율을 치고 있다는 게 의미 있다. 지난 3년간 삼성에서 기록한 박진만의 타율은 2할4푼6리. 김 감독은 "SK 들어오면 3할을 치는구나"라며 웃었다. 박진만은 SK에 온 뒤에도 2차례나 2군에 내려가는 등 한 달 가까운 2군 생활을 이겨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에서 박진만은 어이없는 플레이가 속출했다. 1회 1사 후 한상훈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놓쳐 실책을 범한 뒤 후속 장성호의 1루 땅볼에 이은 병살 플레이 때 1루수 이호준의 송구를 빠뜨렸다. 순식간에 실책 2개를 기록했고 이는 1회 4실점으로 이어졌다. 공격에서도 2회 3루 도루 실패와 4회 어이없는 견제 아웃을 당하면 팀 분위기에 거듭 찬물을 끼얹었다. 결국 SK는 6-9로 지며 3연패를 당했다.
경기 종료 후 박진만은 나머지 훈련을 받아야 했다. 유격수 위치에서 좌우로 날아가는 펑고에 몸을 날렸다. 관중석은 텅 비었고 조명도 반쯤 꺼진 상태. 송구가 좋지 않았던 1루수 이호준도 함께 했다. 프로 입단초 현대 시절에나 했던 강도 높은 펑고 훈련이었다. 끊임없는 경쟁과 맹훈련. SK가 위기를 돌파하는 방식이다. 시즌 3번째 3연패로 2위 추락한 SK와 나머지 훈련을 받은 박진만이 과연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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