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이 고맙다" 윤석민 다승왕 드라이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2 08: 27

"지원을 너무 많이 해줘 좋죠".
KIA 에이스 윤석민(25)이 생애 첫 다승왕을 향해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윤석민은 지난 1일 광주 한화전에서 6이닝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9승(2패)째를 따냈다. 같은 날 롯데 장원준이 승수 쌓기에 실패하면서 다승 공동선두 그룹에서 벗어나 단독 1위가 됐다. 가장 먼저 두 자릿수 승수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가 된 것이다. 윤석민의 생애 최다승 시즌은 지난 2008년 14승. 당시 다승 공동 2위였다.
이날 윤석민의 피칭은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그는 "너무 오랜만에 던져서 몸이 무겁고 볼끝이 무뎌진 느낌"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윤석민은 지난달 18일 광주 삼성전 이후 12일을 쉬고 등판했다. 너무 오래 쉬다 보니 밸런스가 조금 깨졌다. 그래서 경기 초반 득점권으로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민답게 위기를 잘 넘어갔고 안정감 있는 피칭을 보였다. 직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보다 위력적인 슬라이더가 있었다. 이날 윤석민은 슬라이더(44개)가 직구(39개)보다 많았다.

윤석민은 오히려 타자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타자들이 초반에 점수를 많이 내줘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KIA는 1회부터 3득점을 뽑으며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5~6회 2점씩을 더해 총 7득점을 지원했다. 윤석민의 어깨를 가볍게 한 것이다. 이날 경기를 포함 윤석민의 9이닝당 득점지원은 무려 7.33점. 같은 팀 동료 트레비스 블랙클리(7.59점) 다음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득점지원이 많다.
올해 KIA 타선은 윤석민이 선발등판하며 소화한 89⅔이닝 동안 총 73득점을 뽑아냈다. 5득점 이상 지원이 6차례나 되고 두자릿수 이상도 2차례나 있었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는 9.53득점을 지원받았다. 타자들이 화끈하게 득점을 지원해주니 던지는 맛이 날 수밖에 없다. 윤석민은 "지원을 너무 많이 해줘 좋다. 타자들에게 정말 고맙다"며 "타선에서 점수를 많이 내면 편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과거 윤석민은 박복의 아이콘이었다. 잘 던지고도 타선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날리기 일쑤였다. 2007년에는 3점대(3.78) 평균자책점으로 무려 18패(7승)를 당하며 리그 최다패 투수가 됐다. 당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0명 중 득점지원이 2.20점으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에도 선발로 나온 13경기에서 9이닝당 평균 득점지원이 4.71점밖에 되지 않았다. 3득점 이하 지원이 절반에 해당하는 7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한 8경기에서 3승2패에 그치는 등 승수 쌓기에 애를 먹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팀 타율(0.280)·출루율(0.367)·장타율(0.412)·홈런(60) 모두 1위에 올라있는 KIA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5.22득점을 올리고 있다. 타선의 힘이 막강하다. 에이스가 기분 좋게 던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는 것이다. 물론 에이스가 나오는 날 잘 터지는 것도 에이스의 몫이다. 지난 1일 경기 후 조범현 감독은 "(윤)석민이가 등판이 연기되면서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을텐데 이기는 피칭을 해줬다"고 했다. 윤석민의 이기는 피칭이 팀을 이기게 만들었다는 뜻이었다. 윤석민은 올해 퀄리티 스타트도 9차례로 토종투수 중 가장 많다. 그리고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퀄리티 스타트한 9경기에서 8승1패를 거뒀다.
 
안정감있는 피칭과 화끈한 득점지원. 윤석민의 생애 첫 다승왕을 향한 본격 드라이브가 시작됐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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