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퍼트 완봉쇼를 도운 조연 트리오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7.03 08: 27

더스틴 니퍼트(30, 두산 베어스)가 지난 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한국무대 첫 완봉승을 장식했다.
니퍼트는 LG 강타선을 맞아 9이닝 동안 삼진 7개를 곁들여 5피안타 1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째를 거뒀다. 이날 니퍼트는 최고구속 149km의 직구에 간간이 120km 후반대의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LG 타선을 요리했다. 9이닝 동안 투구수가 105개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이고 간결한 피칭이었다.
무엇보다 니퍼트가 완봉승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1회부터 9회까지 자신이 공을 잘 던졌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 역시 "지난 2006년엔가 트리플A에서 두세 차례 완봉승을 거둔 이후 처음"이라고 말할 정도로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니퍼트의 완봉쇼를 도운 3인은 누구일까. 경기 후 니퍼트와 인터뷰를 통해 야수들, 조계현 투수 코치, 그리고 두산팬들임을 알 수 있었다.
▲니퍼트, "야수들 수비 최고다"
니퍼트는 이날 경기에서 2,3,4,8,9회에 주자를 내보냈다. 특히 2회 2사 1루에서 서동욱의 3루 강습 타구를 이원석의 깔끔한 수비로 이닝을 마쳤고, 4회 1사 1루에서는 정성훈에게 2루타성 안타를 맞았지만 좌익수 김현수의 호수비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 이후에도 니퍼트의 투구를 도운 호수비는 몇 차례 반복됐다.
니퍼트도 "오늘 경기에서 완봉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 던졌다기보다 야수들의 호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면서 이원석과 김현수의 이름까지도 정확하게 말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니퍼트를 웃게 한 조계현 투수 코치
13일만에 선발 등판한 니퍼트는 습한 날씨와 겹쳐 체력 조절이 쉽지 않았다. 특히 5-0으로 앞선 8회 1사 후 김태완에게 내야안타를 내줬다. 힘있는 대타 윤상균을 처리하며 2사 1루가 된 순간 조계현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랐다. 니퍼트는 손가락에 가벼운 물집이 잡힌 상태였기 때문에 혹시 투수 교체를 하는 것이 아니냐 내심 걱정을 했다. 이때까지 투구수는 91개였다.
그런데 그는 이 순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글러브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자신을 교체하는 줄 알았던 조계현 투수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통역을 통해 "교체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휴식을 주려고 한 것이니 걱정하지 말고 쉬어라"고 말했다. 자신이 교체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니퍼트는 통역의 말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혹시 문제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급히 왼손에 낀 글러브로 안면을 가렸다.
니퍼트는 "8회 (조계현)투수코치가 별다른 이야기기 없이 '너에게 휴식을 주기 위해서 왔다'며 땅만 보고 이야기 해서 너무 웃겼다. 그래서 글러브로 얼굴을 가리고 나도 웃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조 코치의 예상을 깬 행동에 니퍼트는 웃음으로 체력이 급속히 재충전 됐다.
▲니퍼트, "두산 팬들의 응원 덕분에 힘 생겼다"
니퍼트는 조계현 코치의 엉뚱한 행동 덕분에 가벼운 웃음과 휴식 덕분에 8회를 무실점으로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제 1이닝만 더 던지면 한국무대 첫 완봉승을 기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니퍼트는 갑작스런 피로감을 느꼈다. 거의 2주만에 등판이었기에 몸의 근력도 보통 때보다 떨어진 상태였다. 이미 승패는 기울어졌기 때문에 충분히 교체를 요청할 수 있었다. 니퍼트가 마음속으로 한번쯤은 생각해봤다.
그렇지만 두산팬들의 응원이 니퍼트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그리고 새 힘을 불어 넣어줬다. 니퍼트는 "8회를 마치고 3루측 덕아웃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두산팬들이 '니퍼트, 니퍼트' 내 이름을 부르며 연호했다. 그 순간 나도 모르는 힘이 생겼고 완봉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주연 니퍼트의 호투도 빛났지만 결코 조연 3인방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완봉쇼였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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