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 빠지도록 열심히 해야지".
한화의 3루는 무주공산이었다. 송광민은 군입대하고, 이범호는 KIA로 갔다. 개막 3개월이 지난 시점. 지금 현재 한화의 3루는 이여상(27)의 차지가 됐다. 한대화 감독은 이여상에 대해 "완전 기회다. 이런 기회가 어디있나. 썩어 빠지도록 열심히 해야지"라고 이야기했다. 이여상도 홈경기가 종료된 뒤 홀로 경기장에 남아 스윙훈련에 몰두하며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다. 한 감독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다.
그 이여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여상은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7-7로 팽팽히 맞선 8회 1사 만루 기회에서 KIA 구원 김진우의 초구 124km 커브를 받아쳐 좌익수 키를 넘어가는 결승 2타점 2루타를 작렬시켰다. 이 한 방으로 경기는 한화에게로 넘어 왔다. 이여상은 "상대 투수의 실투였다. 공이 가운데 몰린 것"이라며 "앞 타자들 상대하는 것을 보니 직구보다 변화구 비율이 많아 노리고 들어갔는데 때마침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날 경기가 이여상에게는 쉽지 않았다. KIA 선발이 좌완 양현종이라 2번으로 타순이 전진배치된 이여상은 5회 무사 1루에서 보내기 번트 사인을 받았다. 그러나 1~2구에 그만 번트 파울을 냈다. 찬스가 무산되는가 싶었지만 이여상은 타석에서 더욱 집중력을 발휘했다. 1루 주자 강동우도 때마침 2루 도루를 성공시킨데 이어 상대 실책으로 3루까지 나갔다. 무사 3루에서 이여상은 양현종과 11구 승부를 벌인 끝에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그는 "번트 실패 이후 경기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실 시즌 전 이여상은 전력 외로 분류됐다. 지난 시즌 중 허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이여상은 허리 수술을 받으며 재활기간을 거쳤다. 당연히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국내에 남아 잔류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럴수록 더욱 강하게 스스로를 단련시켰다. 그리고 시범경기와 시즌 개막을 거치며 주전 3루수로 서서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올해 70경기에서 187타수 48안타 타율 2할5푼7리 3홈런 22타점 10도루. 특히 6월 이후 24경기에서 타율 3할2푼 2홈런 12타점 5도루로 맹활약이다.
이여상은 "시즌 초반보다 많이 안정된 느낌이다. 수비를 나가도 긴장감이 덜하다. 타석에서도 자신있게 치고 있다"며 "날이 더워서 체력적으로 지치는 건 사실이지만 러닝과 웨이트로 보충하고 있다"고 달라진 모습을 밝혔다. 이어 그는 "시즌 전만 해도 허리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구단에서 전력 외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조금씩 인정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도 "수비가 많이 늘었다. 특히 라인선상으로 가는 타구 처리가 좋다"며 이여상의 성장을 반겼다.
그러면서도 한 감독은 "아직 부족한 게 많다. 3루를 보는데 방망이를 이 정도 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여상도 "한두 경기 잘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화의 3루는 이제 이여상의 것이다. 그가 잘해야 한화가 산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