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장성호(34)는 지난 2일 광주 KIA전에 앞서 1루측 덕아웃을 찾아 김상현의 배트가방을 뒤적였다. 그리고는 배트 한 자루를 덥석 가져갔다. 그는 KIA 구단 관계자에게 "하나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어 이용규의 배트를 남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몸에 문질렀다. 그는 "재작년 LG 박용택이 3할7푼대로 잘 칠 때였다. 용택이 배트를 몸에 싹 문지르고 나왔는데 그날 내가 안타 2개인가 3개를 치고, 용택이는 4타수 무안타였다"며 껄껄 웃었다.

실제로 이날 장성호는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역대 5번째로 개인 통산 1000득점을 돌파했다. 아울러 절정의 타격감을 자랑하던 이용규는 5타수 무안타로 크게 침묵했다. 시즌 타율은 3할8푼8리에서 3할7푼9리로 뚝 떨어졌다. 김상현도 4타수 1안타로 체면치레를 하는데 그쳤다.
3일 광주구장. 경기 전 KIA 이용규는 "몰랐는데 성호형이 내 배트를 문지르고 갔다고 들었다. 그래서 어제 안타를 치지 못한 것"이라며 원망 섞인 시선을 보냈다. 이용규가 원성을 하자 장성호는 "배트를 문지르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김상현도 이날 경기장에서 없어진 배트 한 자루의 진실을 알았다. 그는 배트가 없어져 뭔가 찜찜했다고. 김상현은 새 배트를 들고 한화 덕아웃을 찾아가 장성호에게 가져간 배트를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장성호도 경기 중 쓰는 배트인지는 몰랐다. 김상현은 대신 새 배트를 선물했다.
장성호가 김상현의 배트를 가져간 건 후배 최진행을 위해서였다. 최진행이 "상현이형이 요즘 잘 맞는다. 배트를 하나 갖고 싶다"고 했고, 김상현과 절친한 장성호가 후배를 위해 한 자루 가져왔다. 그런데 알고 보니 경기 중 쓰는 배트였고, 김상현은 새 배트를 주고 강탈당한 배트를 돌려받았다.
배트 강탈 효과에 대해 장성호는 "그냥 한 번 해본 것이었는데 신기하더라. 그 잘 맞던 이용규가 5타수 무안타라니"라며 놀라움을 나타낸 뒤 "적어도 기가 일주일은 간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용규가 배트를 문지르지 않았다니까 진짜 믿더라"면서 "다음에도 타격감이 안 좋을 때 다른 팀 잘치는 선수들 배트를 찾아 몸에 문질러야겠다"며 껄껄 웃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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