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광주구장. 당초 비 예보가 있었지만 광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한화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이날 KIA는 아퀼리노 로페즈 대신 좌완 박경태를 선발 예고했다. 박경태는 지난 2009년 5월17일 문학 SK전 이후 2년2개월 만에 선발등판하는 상황. 상대적으로 선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한화는 15일 만에 등판하는 선발 안승민이 단단히 승리를 벼르고 있었다.
5회까지는 기대대로 경기가 흘러갔다. 타선이 예상 외로 박경태를 공략하는데 실패했지만, 선취점을 먼저 뽑았고 안승민도 몇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없이 넘어갔다. 6회말 수비에 들어가기 전까지 1-0 리드. 한화의 승리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갔다. 6회 첫 타자 나지완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전혀 의외의 곳에서 변수가 생겼다. 6회 1사에서 안치홍이 우중간 쪽으로 뜬공을 날렸다. 평범한 뜬공 타구였고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가 공을 쫓았다. 공은 가르시아의 오른손 글러브로 빨려들어갔다. 그러나 공이 곧바로 글러브 밖으로 튀어나오며 그라운드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 사이 안치홍은 2루까지 진루했다. 안치홍은 후속 차일목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1-1 동점이 됐다. 안승민의 시즌 3승이 물거품된 순간이었다.

결정적인 실책은 7회에도 나왔다. 이용규의 중전 안타와 2루 도루 그리고 김선빈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3루 위기. 신주영이 이범호를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이범호의 타구는 그리 깊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화의 우익수는 강견을 자랑하는 가르시아였다. 예상대로 가르시아가 공을 잡고 홈으로 송구하자 3루 주자 이용규는 멈칫 하다 3루 베이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그때 가르시아의 원바운드된 홈 송구가 포수 신경현의 프로덱터를 강타한 뒤 백네트 뒤쪽으로 굴절됐다. 백업을 들어간 투수 신주영이 급하게 공을 찾아 송구했지만 발빠른 이용규가 이미 홈으로 쇄도한 뒤였다. 신경현의 실책으로 기록됐고, 이는 결승 득점으로 이어졌다. 어이없는 실책 2개로 동점을 허용하더니 결승점마저 내준 것이다. 한화로서는 선발 싸움에서 승산을 갖고 들어간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실책 2개로 졌다.
경기 후 한대화 감독도 "어이없는 실책과 생각없는 야구로 졌다"며 느슨한 플레이를 한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역시 야구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새삼 증명된 한판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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