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선수들을 나무라지 않았다. 관중들은 알았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팀에 없는 선수들이 잘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지난 2일 상주 시민운동장에서는 상주 상무와 대구 FC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16라운드 경기가 열렸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어 그늘조차 없었다. 기온은 무려 34도에 육박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렀다. 이런 날씨에 경기장을 찾을 관중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승부조작의 여파로 관중들의 발길이 뜸할 줄 알았다.
승부조작으로 인한 현재 축구계의 상황을 한 마디로 설명하자면 '사상 최악'이다. 한국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최악의 스캔들이다. 승부조작으로 수 많은 선수들이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가 거듭되면서 전 국가대표 선수도 나오고 있어,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하루가 다르게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더운 날씨와 승부조작. 이 때문에 상주 관계자는 초조해보였다. 그러나 걱정은 금새 사라졌다. 경기 시작 직전 관중들이 모여 들더니 1만 5000석의 경기장은 어느덧 관중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1만 1635명. 전반기 상주의 평균 관중 9401명을 넘는 숫자였다. 상주시 전체 인구가 10만 5381명(2008년 기준)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전체 인구의 10% 이상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관중들의 응원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경기 내내 박수를 치고, 파도타기 응원 등을 펼치며 상주 선수들을 응원했다. 비록 상주가 1-2 역전패를 당해 많은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현했지만, 관중들의 얼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승부조작 사태에도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은 이유가 무엇일까? 한 관중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여기 남은 선수들은 잘못이 없는 사람들 아닌가. 지금 잘못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잡아가지 않았나. 남은 사람들이라도 잘 살아야지"라고 했다. 또 다른 관중은 "상주에 와서 그걸(승부조작) 한 건 아니라면서?"라고 반문 하더니 "아니니깐 응원하는 거지. 만약 상주서 그랬다면 쳐다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현재 상주는 수 많은 주축 선수들이 승부조작 혐의로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전반기에는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분명 후반기에는 전반기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힘들다.
그렇지만 희망은 있다. 바로 팬들의 관심이다. 팬들이 등을 돌리지만 않는다면 선수들은 언제든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비록 남은 선수들이 승부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죄의 마음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다.
sports_narcotic@osen.co.kr
<사진> 상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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