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프로야구에서 수비가 화두다.
4일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투타의 균형이 1위 비결이지만 류중일 감독은 지난 2일 대구 롯데전에 앞서 "보이지 않은 실책을 줄여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강팀"이라고 강조했다.
투수 예찬론으로 유명한 넥센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도 "투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비다. 수비가 투수보다, 공격보다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뿐이 아니다. 시즌 초 부진을 거듭하던 두산 베어스도 최근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연승 기간 중 김광수 감독대행은 "코치시절부터 선수들에게 수비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고 말하면서 "수비는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야구에서 기본기가 정말 중요하다. 특히 수비에서 기록되는 실책뿐 아니라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 역시 강팀이 지닌 강점"이라고 말했다.
현역감독도 3명, 그리고 베테랑 해설위원의 말은 결코 헛된 말이 아니었다.
▲수비로 웃은 두산
두산은 최근 5연승을 달리고 있다. 5연승 가운데 3경기는 3점차 이내, 그 중 두 차례는 1점차로 승리를 거뒀다. 특히 두산은 지난 2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투런 홈런을 친 최준석, 위기 순간 등판해 3⅓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구원투수 노경은이다.
그러나 두산은 수 차례 호수로 LG의 득점 찬스를 막았다.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도 2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서동욱의 우전안타 때 2루에서 홈으로 뛰던 이병규를 홈에서 잡아낸 우익수 이성열의 정확한 송구, 그리고 큰 충돌 속에서도 공을 놓치지 않은 양의지 덕분에 한 점을 지켰다. 한 이닝에 3안타를 맞고도 실점을 하지 않은 비결이다.
두산의 호수비는 5회에도 이어졌다. 3루수 이원석이 선두타자 박경수의 강습 타구를 걷어내 1루에서 아웃 시켰다. 이어 양영동의 1루 방향 기습 번트 때 1루수 최준석이 적극적으로 달려 들어와 1루 베이스로 커버를 들어온 고영민에게 정확히 송구해 발 빠른 양영동을 잡아냈다. 두 타구 모두 안타성 타구였기에 또 다시 한 점을 지켜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두산은 이날 확연히 눈에 드러나는 점수만 2점을 막아냈기에 LG와 연전 접전 끝에 한 점차 짜릿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수비에 운 LG, 한화
반면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는 결정적인 수비 실책, 그리고 실책성 수비 때문에 울었다.
LG는 2일 두산과 맞대결에서 눈에 보이지 않은 실책성 수비로 3점을 내주며 3-4로 패했다. LG는 1회 무사 1,2루 위기에서 선발 박현준이 김현수를 2루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병살타 연결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루수 김태완과 유격수 박경수의 호흡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1루에서 김현수는 세이프가 됐다. 이어 곧바로 최준석에게 투런 홈런을 내줬다. 안 줘도 될 점수를 2점이나 내줬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LG는 3-3 동점이던 연장 11회초 1사 1,3루에서 정수빈의 유격수 앞 땅볼을 병살로 잡아내지 못하며 결승점을 내줬다. 병살 플레이를 연결하지 못하는 것은 실책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2개가 3실점의 빌미가 됐고 LG는 3-4 한 점차로 패했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한화는 3일 광주 KIA전에서 1-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실책으로 동점, 그리고 역전 실점을 내줬다. 6회 우익수 가르시아는 안치홍의 평범한 플라이를 놓치며 2루타를 내줬다. 이는 곧바로 실점으로 연결됐다. 물론 가르시아가 지난달 팀에 합류해 중견수와 콜 플레이가 원활하지 않은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실책은 실책이다.
한화는 7회 1사 3루에서 이범호의 우익수 플라이 때 가르시아가 이번에는 정확히 잡아 재빨리 홈에 강한 송구를 했다. 이 때문에 발 빠른 3루 주자 이용규도 홈을 파고 들지 못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강한 가르시아의 송구를 포수 신경현이 잡아내지 못하고 옆으로 빠뜨리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한화는 안 줘도 될 점수를 2점 내주고 1-5로 패했다.
▲수비는 단순히 실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수비 실책, 또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단순히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투수에게는 투구수가 늘어난다. 아웃 카운트를 추가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 타자를 더 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재미있는 사실은 실책성 플레이 이후에는 투수들이 적시타를 맞는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수도권팀 A투수는 "실책은 경기의 일부다.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할 수 있다. 그러나 투수들은 어찌됐건 기분이 안 좋아져 투구에 영향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비록 지난주에 일어난 두 경기만 가지고 예를 들었지만 가끔은 야수들의 수비가 승패를 결정짓는 짜릿한 결승타보다 더 의미가 있을 때가 있다. 특히 LG는 시즌 초 상승세에서 한풀 꺾이며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서 허구연 위원은 "가장 큰 원인은 이대형, 이택근 등 부상 선수들이 많아 시즌 초에 비해 득점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마운드 역시 선발 투수들이 지쳤고, 불펜 투수들의 컨디션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어차피 공격은 기복이 있다. 투수들도 컨디션 변화가 있다. 그러나 수비는 기복이 없는 것"이라며 "부상 선수들이 많아 포지션 이동이 잦은 부분도 있지만 수비 보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LG와 한화가 참고할 또 다른 내용도 있다. 지난 4월 중순 미국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에서 발행하는 유료 잡지에서 '벅 쇼월터 매직'이라는 기사에서 수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쇼월터는 지난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으로 부임 전 최약체인 팀이 이후 34승23패를 기록하며 미네소타 트윈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메이저리그 30개팀 가운데 전체 3위에 올려놨다는 내용이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비결이 수비력 보강이라는 점이었다. 쇼월터 감독이 부임 전과 부임 후부터 시즌 초 4연승까지를 기준으로 놓고 볼 경우 실점률은 5.46에서 3.60으로 2점 가량이 떨어졌다. 경기 당 호수비 수치도 2.1개에서 3.1개가 되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3위가 됐다. 더불어 경기 중 실책과 기록되지 않은 실책 수치는 2.3개에서 2.1개로 줄었다. 덕분에 볼티모어는 승리를 거두는데 많은 점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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