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와 김효범의 재계약 협상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연봉 액수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적인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이 김효범의 주장. 그러나 김효범과 직접 계약을 추진한 구단 관계자는 "10여 년 농구계에서 수 많은 선수들과 연봉계약을 했지만 외국인 선수까지 통틀어 이런 경우는 없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올 시즌 새롭게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김효범과 SK는 총 다섯 차례 만남을 가졌다. 첫 번째 만남은 4시간 가량 이어졌다. 지난 시즌 팀에 대한 이야기, 농구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대의 입장을 탐색했고 구단은 3억 3000만 원을 제시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만남이 이어지면서도 김효범은 특별히 금액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선수가 입을 다물고 있으니 진척도 없었다. 그저 김효범은 "구단은 변한 것 없습니까?"라면서 자신이 원하는 금액은 내놓지 않았던 것.
계약을 마무리해야 하는 연봉 조정신청 대상자 제출일 전날 김효범은 SK에 직접적인 금액을 이야기했다. SK는 "김효범의 경우 조정 전날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4억 6000만 원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만약 시간이 더 있었다면 서로의 입장차를 줄이면서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구단의 금액은 인정할 수 없다며 나가버렸다"고 전했다.
또 김효범이 주장했던 강압적인 분위기에 대해서도 SK는 "그런 것은 없었다. 마지막 날까지 김효범은 도저히 팀의 제시액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불만스러운 언사를 내놓았다. 심지어 구단의 제시액을 듣고 계약 당사자들이 모인 자리서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들 정도의 표현을 썼다. 아무리 선수를 위한다고 하지만 계약을 위해 모인 자리서 그런 언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김효범과 SK의 이견차는 굉장히 크다. 그러나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효범은 계약을 맺어야 하는 마지막 날이 다 되도록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다. 그는 "구질구질하게 연봉과 옵션을 내가 나누고 싶지 않다. 구단이 알아서 하면 될 것 같다"면서 "그동안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이 나의 전략"이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범이 마지막까지 의견을 굽히지 않자 구단은 KBL에 문의했다. 연봉조정신청서를 받아오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김효범은 작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단호했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KBL도 믿을 수 없다는 말을 했다는 것. KBL도 "출범 이후 이러한 상황이 온 적은 없었다"면서 당황한 기색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FA 당시 거품 논란에 대해서도 SK의 입장은 단호했다. 당시 분위기와는 다르게 SK만이 김효범에 대한 입찰서를 제출했고 금액도 구단 프런트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 감독이 꼭 원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금액이 많이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SK 관계자는 "FA의 거품을 제거해야 했고 KBL 공헌도와 구단 자체 평가를 수 차례 실시한 결과 김효범의 삭감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구단 자체의 평가를 차치하고 KBL의 공헌도로만 평가하더라도 개인기록에서 큰 변화가 없기 때문에 삭감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비교를 한다면 2009~2010시즌 김효범은 평균 28분 여를 뛰면서 11.1득점 2.1 리바운드 1.2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0~2011시즌에는 경기당 출전시간이 6분 여 늘어난 상황에서 15.2득점 2.7리바운드 1.7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 출전시간이 늘어난 것을감안하면 당연한 수치이기 때문에 사실상 큰 변화는 없다고 SK는 판단했다.
최근 SK는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농구단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물론 그런 부분들이 선수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또 그것이 선수들의 연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분명 삭감을 고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분명한 행동에 이어 이율배반적인 언행을 내놓는 선수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구단의 입장은 쓰릴 수밖에 없다. 연봉조정신청서 선수가 승리한 경우는 없다. 따라서 SK가 유리한 입장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력에 대한 정당한 평가로 추후 구단 운영을 하겠다는 SK의 입장은 변함없다는 것이다.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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