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감독, "가르시아, 1루 슬라이딩 하지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4 11: 18

"어이, 가르시아!".
지난 3일 광주구장. KIA와 원정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이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를 불렀다. 한 감독은 통역을 통해 가르시아에게 "이제 1루 슬라이딩은 하지 말라. 패기있는 건 좋지만 잘못 하다 허리를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가르시아가 "허리는 원래 아프다"고 조크를 던지자 한 감독은 "안타 하나 못 쳐도 되니까 앞으로 하지 말라"고 다시 주문했다. 그제서야 가르시아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나온 1루 슬라이딩 때문이었다. 가르시아는 이날 5회 2사 2루에서 2루수 쪽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1루를 향해 육중한 몸을 내던지더니 머리부터 들어가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됐다. 이미 지난달 17일 대전 두산전에서는 10점차로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며 투혼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한 감독은 "그럴 때마다 불안하다"면서 가르시아의 1루 슬라이딩 금지령을 내렸다. 혹여라도 다칠까봐서다.

가르시아를 보는 한 감독의 시선에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이날 1루 슬라이딩으로 어렵게 살아나간 가르시아는 그러나 후속 정원석 타석 때 2루 도루를 시도하다 서서 태그 아웃됐다. 알고 보니 최만호 1루 베이스코치가 상대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틈을 타 한 번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2루로 뛰다 갑자기 속력을 줄였고 그대로 아웃됐다. 한 감독은 "나도 깜짝 놀랐다. 안 하던 것을 하다 보니 이상했을 것이다. 뛰다 보니 분위기가 많이 이상했나보지"라며 가르시아의 실수도 웃으며 받아들였다.
가르시아는 롯데 시절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였던 배트 부러뜨리기도 선보였다. 이날 1회 2사 2루에서 포수 파울플라이를 치고난 뒤 분에 못이겨 배트를 오른쪽 허벅지 위로 찍어내리며 두 동강 냈다. 한화 합류 후 처음 선보인 '배트 부러뜨리기 쇼'였다. 한 감독도 이에 대해 "자신만의 위치와 요령이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4번타자 최진행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 감독은 "최진행이 그런 걸 보여줘야 한다. 삼진 먹고 아무렇지 않게 들어온다. 맨날 낮은 공에 헛스윙이나 하는데 그런 악이라도 보여줘야 하지 않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때마침 덕아웃에 들어온 최진행을 향해 한 감독이 한마디했다. "너는 방망이 부러뜨릴 수 있냐. 너도 그거 가르시아한테 배워야 하는거 아냐?"라고 쏘아붙였다. 최진행이 "다칠까봐 못하겠습니다"라고 답하자 한 감독은 "너도 삼진 먹고 그런 걸 할 필요가 있다. 아마 부러뜨리는 요령이 있을 것"이라며 가르시아에게 배울 것을 권유했다. 최진행이 "무식해 보입니다"고 웃으며 받아치자 한 감독은 "너는 안 무식해 보이는 줄 아냐. 자기가 무식하게 생긴 것도 모르고"라고 되받아치며 덕아웃을 한바탕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가르시아는 배트 부러뜨리기를 가르칠 수 없다는 입장. 그는 "나는 예전부터 경기가 안 풀리고 답답할 때마다 배트를 부러뜨려왔다. 배트를 수없이 부러뜨렸기 때문에 나만의 요령과 방법을 알고 있지만 다른 선수에게 가르쳐주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대화 감독에 대해 "삼진을 먹어도 자신있게 스윙을 하라고 주문한다. 감독님이 있어 힘이 된다"며 배려를 아끼지 않은 야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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