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쉬리’에는 정작 쉬리가 나오지 않는다. 쉬리에 등장하는 물고기는 열대어인 키싱구라미이다. 강원도 평창에 가면 쉬리를 볼 수 있다.
쉬리는 우리나라 토종 민물고기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어종으로 평창강에 많이 서식하고 있다. 그 평창에 사회인 야구팀인 ‘쉬리야구단’이 활동하고 있다. 물론 야구팀 이름은 평창강에서 흔히 볼 수 있고 익숙한 쉬리에서 따온 것이다.

쉬리 야구단 출범을 지켜본 김정하(48) 동강레포츠 대표는 “쉬리는 예쁜 고기로 평창강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쉬리라는 팀 이름은 토종 민물고기를 그리면서 편하게 운동도 하고 쉬면서(쉬리) 즐겁게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것”이라고 유래를 전했다.
1999년에 발족한 쉬리 야구단에는 현재 38명의 회원이 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평창군청 도시과 김찬수 계장이 단장을, 평창군 농업기술센터 축산담당인 이이수 씨가 감독, 강릉고 선수 출신인 함호식 씨가 코치를 맡고 있다.
쉬리 야구단의 에이스 투수를 자처하고 있는 신복수(40) 씨는 “평창은 스키가 유명한 곳으로 야구는 불모지였지만 최근에는 야구에 ‘미친’ 친구들이 많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영월고 시절 육상 투원반 선수를 했던 그는 키 178cm, 몸무게 100kg이 넘는 거구로 “주무기는 체인지업이고 천천히 던졌을 때 125km가 나오지만 세게 던지면 제구가 안 돼 한 게임에 한 타자한테는 몸에 맞는 볼을 내준다.”고 익살스레 설명했다.

쉬리 야구단은 원주시의 시회인 야구리그의 하나인 북원리그에 소속돼 있다. 평창읍 내 쓰레기 매립장에 설치한 중앙 120m, 좌100m, 우 78m 규모의 구장과 12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 실내 연습장을 활용해 주중 3차례 정도 합동 훈련을 한다. 주말에는 북원리그에 참가해 실전을 치른다.
비록 척박한 환경이지만 열의만큼은 넘쳐흐른다. 작년 프로야구 시즌 뒤에는 이상렬(LG), 전준호(SK), 히어로즈의 강귀태, 마정길, 황두성, 김민범, 신철인(제주대 코치) 등 친분 있는 선수들이 회원들을 지도해주기 위해 다녀갔다.
프로 선수들의 한 수 가르침을 받은 탓인지 쉬리 야구단은 지난 6월초에 열렸던 강원도민 체전에서 횡성 송호대 야구팀과 팽팽히 맞서 2-0으로 앞서가다가 에러로 2-3으로 역전패하는 등 만만치 않은 기량을 뽐냈다. 2007년에는 태백시에서 열렸던 생활체육 강원도 연합 회장기 대회에서 우승을 한 전력도 있다.
야구가 그리 성행하지 못하고 있는 강원도 안에서도 평창군은 더군다나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어서 정식 학생야구단이 단 한 팀도 없다. 오로지 야구 동호인 모임인 쉬리 야구단이 명맥을 잇고 있을 뿐이다. 평창군에는 지난 1980년대만 하더라도 평창과 진부 초등학교에 야구부가 있었으나 2, 3년 뒤 시나브로 없어졌다. 다만 야구를 좋아하는 어린이가 날로 늘고 있지만 장비나 용품 지원이 어려워 애를 먹고 있다.
쉬리 야구단의 바람은 야구를 좋아하는 평창군내 어린이들이 서울 잠실구장에서 야구견학을 시켜봤으면 하는 것이다. 그 후 평창에도 제대로 된 학생야구팀이 생기기를 바라고 있다.
동계 올림픽 유치 추진으로 우리나라 뿐 만 아니라 온 세계에도 알려진 평창. 바로 그곳에 가면 ‘쉬리는 강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인 야구에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chuam@osen.co.kr
<사진 위>2009년 제주도 생활체육 야구대회에 출전한 쉬리 야구단 선수들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염원을 내건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사진 아래>2007년 태백시에서 열렸던 생활체육 강원도 연합 회장기 야구대회에서 우승한 쉬리 야구단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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