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아닌 필수? 극장가 '트랜스포머3' 점령 中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07.04 16: 53

“아이들과 ‘쿵푸팬더 2’를 3D나 4D로 보려고 왔는데 어제 끝났다고 하네요. 좀 더 일찍 올걸 그랬어요.”
지난달 29일 서울 CGV 용산점을 찾은 한 주부는 4D 애니메이션을 보기로 했던 자녀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일인 당 1만 8000원이나 되는 티켓 값이 부담스러워서가 아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3D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가 개봉하면서 기존 영화들이 모두 ‘트랜스포머3’로 대체됐기 때문이다.
예매 점유율 80%를 넘어서는 ‘트랜스포머3’의 인기 고공 행진에 한국 극장가가 때 아닌 ‘영화 선택권’ 논란에 휩싸였다. 독과점 현상이라 해도 될 만큼 ‘트랜스포머3’ 외에는 관람할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어서다.

실제로 ‘트랜스포머3’를 상영 중인 국내 영화관 스크린 수는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스크린 가입률에 따르면 전국에 위치한 영화관은 총 337개, 상영관은 2229개. 이중 1420개 스크린에서 지난 주말 ‘트랜스포머3’가 관객들을 찾았다.
이 같은 쏠림은 3D나 아이맥스, 4D 상영관 등과 같은 특별관에서 더욱 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 ‘트랜스포머3’의 개봉일이었던 지난달 29일을 기점으로 이른바 특별관은 ‘트랜스포머3’가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국내 최고(상영관 기준) 극장 체인이자 가장 많은 특별관을 보유하고 있는 CGV는 물론이고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도 이러한 사정은 비슷하다. ‘트랜스포머3’ 이외의 4D 영화는 CGV 상암점의 ‘살아있는 야생 탐험’ 외에는 전무한 실정이고 3D관 역시 몇몇 극장을 제외하면 없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영화진흥위원회 담당자는 “‘트랜스포머3’의 상영 전후 2주 동안 큰 한국 영화들이 개봉을 안 한다. 이런 가운데 ‘풍산개’ 같은 영화의 경우 그 전주에 개봉해서 틈새를 공략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써니’ 역시 관객 수가 거의 줄지 않고 흥행을 잇고 있다. (‘트랜스포머3’의 이 같은 인기가) 마냥 좋은 일은 아니겠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영화들 스스로 여러 전략들을 세우고 선전하고 있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다른 영화계 한 관계자는 “(‘트랜스포머3’의 상영관 독점과 관련해) 스크린 독과점이라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 하면 수요와 공급이 맞았다고 볼 수도 있다. 알다시피 ‘트랜스포머3’는 예매율이 최대 50만 장을 기록했고 예매 점유율도 95%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그만큼 관객들의 선호도가 있었기에 단순히 대기업의 횡포로 볼 수만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완결편인 ‘트랜스포머3’는 개봉 첫 날에만 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올해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주말 극장가에서 210만 9999명의 관객을 싹쓸이 하며 누적 관객수 305만 4034명이란 대기록을 세웠다.
rosecut@osen.co.kr
<사진> 영화 ‘트랜스포머3’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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