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민의 베이스볼 다이어리]우천 연기 결정, 조금 빠르지 않나요?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7.05 07: 00

요즘 장마철이라 야구 경기 보기가 많이 어려우시죠? 장마철 우천으로 많은 경기가 순연되면서 려러모로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 지난주 24경기 중 9경기 열리고 15경기 연기, 지난주 24경기 중 16경기 열리고 8경기 연기, 2주 동안 23경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LG 트윈스의 경우 지난 2주 동안 12경기 중에서 4경기만 하고 8경기가 우천으로 연기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그런데 우천 연기된 8경기 가운데서 3경기 정도는 열릴 수 있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취소 결정이 난 뒤 해가 뜨는 날도 있었고, 비가 내리지 않았던 날도 있었거든요.
보통 경기 여부는 경기장에 도착한 감독관이 결정을 내립니다. 무엇보다 경기 취소 결정 시간이 매번 달랐는데요. 어떤 날은 오후 3시 30분, 또 다른 날은 4시 30분, 5시 30분 등등 제 각각이었습니다.

LG 선수들 사이에서도 한두 경기 취소 때는 좋았는데 LG의 경우 2주동안 8경기, 총 11경기가 미뤄지면서 슬슬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KBO는 선수 부상 우려, 그리고 올 시즌 600만 관중 동원 등을 고려해 비가 올 경우 되도록이면 무리를 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반면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의 경우 해가 떠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취소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허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어떤 분은 제 트위터(@agassiosen) 멘션을 통해 "수원에서 잠실까지 힘들게 왔는데 경기가 취소됐다"며 아쉬워하시더라고요.
우천 취소가 결정되고 나서 날씨가 맑아지는 경우가 생기면서 우천취소 결정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KBO는 어떤 기준에 의해서 우천 순연 결절을 내릴까요.
이에 대해서 김재박 KBO 경기 감독관은 4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비가 오면 얼마만큼의 비가 내릴 지를 기상청을 통해 확인한다. 그라운드 상태도 직접 체크한다.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보수를 한 뒤 기다린다. 만약 비가 그칠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조금 더 기다렸다 결정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KBO도 우천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정금조 운영팀장은 "KBO 대회 요강 경기 여부 결정은 경기 운영 위원이 결정한다고 나와 있다.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에 우천 연기 여부를 결정하고, 필요 시 결정 시간을 늦출 수 있다. 그러나 기본은 3시간 전이다"고 말했습니다.
정 팀장은 또 "일단 우천 결정 여부는 2가지를 고려한다. 현재 기상 상황을 확인, 향후 기상 변화 여부를 체크한다. 가능하다면 경기 강행이 원칙이다. 비가 오더라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기다릴 수 있다. 시간 차이가 있는 것은 지역별로, 강수량 차이도 있어서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너무 일찍 우천 순연 결정이 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이른 우천 연기 결정에 LG 외야수 이진영은 "우천 순연 결정은 경기 감독관이 결정하는 것이다. 선수들은 관여할 수 없는 위치다. 그런데 게임을 할 수 있는 날이 있었지만 취소가 된 경우가 한두 차례 있었던 것 같다. 정확하게 룰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물론 그라운드가 젖은 것이 위험해서 배려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한 시즌은 길고, 뒤로 미뤄지면 더블헤더도 해야 한다고 하니까 차라리 할 수 잇는 경기는 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방수포만 제대로 갖췄어도 우천 연기가 덜 됐을 거란 의견도 있는데요. 메이저리그의 경우 30개구단 모두 방수포가 있습니다. 지난해 4월 뉴욕 양키스 양키스타디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프로그레시브필드, 그리고 올 시즌 스프링캠프 20일 동안 메이저리그 취재를 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메이저리그의 경우 비가 와도 팬들이 야구를 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경기장으로 몰려든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4월 클리블랜드에 갔을 때 3경기 연속 경기 전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경기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했는데요. 팬들은 입장을 했고, 비도 경기 전에 조금씩 그치기 시작했습니다. 내야에는 방수포가 덮어져 있었는데요. 한번은 경기장 아르바이트생들과 함께 방수포 제거 작업도 해봤는데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방수포를 걷어내니까 내야 흙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보송보송 했다는 점입니다.
KBO 정금조 운영팀장도 "메이저리그의 경우 천연잔디가 많기 때문에 방수포가 기본적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도 방수포가 필요하다. 작년에 경기장 운영 관리를 놓고 방수포를 포함해 잔디 관리 등을 놓고 자료를 8개 구단에 배포했다. 시즌 끝나고 추가적으로 논의를 할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방수포 관련 구단에서 보완하고 있을까요. 한국의 경우 방수가 되는 방수포를 갖고 있는 구장은 SK 와이번스 홈구장인 문학구장, 그리고 LG와 두산이 함께 쓰는 잠실구장도 있습니다.
SK는 지난 2009년 4월 "우천 지장을 안 받고 야구를 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미국 'TARPS+4'사로 부터 가로 51m*세로 51m 방수포를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700만원대로 알려졌는데요. 이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20명의 인원이 필요하며 시간은 5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SK는 2009년 6월 9일 처음으로 방수포 작업을 실시했는데요. 중요한 것은 처음 하다 보니 방수포를 홈플레이트와 1,2,3루를 정확히 덮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엉뚱한 곳을 덮어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는데요. 이후 SK는 방수포를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달 24∼26일 문학 SK-LG전 때 방수포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잠실 방수포는 문학구장 것과 달리 내야 흙 부분만 덮는데요. SK와 같이 큰 걸로 할 경우 인원상의 어려움도 있고, 잔디 보호를 위해서 특별 주문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비용은 1700만원 정도인 것을 알려졌습니다. SK와 비용 차이가 있는 것은 주문 제작이었다는 점, 그리고 방수포를 접는 장비까지 다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외에 인조잔디를 사용하는 광주구장, 대전구장도, 목동 구장,  대구구장은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흔히 보이는 녹색 방수포를 사용합니다. 사직구장도 같은 것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녹색 방수포는 방수가 전혀 되지 않고 물을 그대로 다 흡수하기 때문에 방수포로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방수포 사이트에 들어가 가격을 확인한 결과 A급 방수포가 4000달러(400만 원) 정도였습니다. 어떤 모델은 2000달러, 800달러 정도 세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혹시 필요한 구단에서는 지금이 구입 적기인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정금조 운영팀장도 "올해는 예년에 비해 장마도 빨리 왔다. 태풍도 벌써 하나가 지나갔다. 어찌됐던 방수포 문제는 구단에서 구입해야 할 사항이다. 현재구장 사정상 구단들에게도 주문했다. 방수포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인력도 필요하다. 거기에 대한 사전 연습도 필요하다. 즉,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인력까지도 추가로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하다면 비가 오더라도, 폭우가 아니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제 7월초인데 벌써 많은 경기들이 미뤄졌습니다. 이번 주에도 장맛비는 지속될 것이라는 예보가 있고 앞으로 몇 개의 태풍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 결정보다는 취소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는 만큼 더 신중해야 하고, 정확한 기준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방수포 없는 구단들은 이번 기회에 하나씩 구입하시고요. 가지고 계신 분들은 잘 활용을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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