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영을 깨운 한화 코칭스태프의 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7.05 07: 06

믿음이 실린 채찍만큼 따끔한 건 없다.
지난주 한화가 3승을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12년차 좌완 투수 마일영(31)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지난주 3경기에서 1승2홀드 평균자책점 1.35로 특급 피칭을 펼쳤다. 3승 모두 마일영이 없었으면 거두기 어려웠다. 결정적인 순간 마일영이 위기를 잘 넘어간 것이 승리의 발판이 됐다. 지난달 30일 문학 SK전 1점차 리드에서 6회 1사 1·3루 위기에서 박재상을 병살로 잡았고, 2일 광주 KIA전에서도 3-6으로 뒤진 1사 2·3루에서 이용규-김선빈을 땅볼로 유도해 실점없이 막아냈다. 진정한 구원이었다.
시즌 초반 마일영은 마일영이 아니었다. 5월까지 20경기에서 2패2홀드 평균자책점 10.66으로 부진했다. 특히 12⅔이닝 동안 내준 볼넷이 무려 12개였다. 마일영답지 않은 피해가는 피칭에 모든 이들이 답답함을 느꼈다. 물론 마일영 본인이 가장 답답해 했다. "그동안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 투수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왜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는지 이해됐다. 원하는 코스로 공이 들어가지 않았다. 지금도 왜 그랬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것이 마일영의 말이다.

하지만 6월 이후 달라졌다. 정확히 말하면 5월29일 잠실 두산전이 계기가 됐다. 이날 한화는 8회초 정원석의 번뜩이는 재치로 8회 2득점하며 3-2 역전에 성공했다. 주도권을 잡은 상황. 그러나 8회 구원등판한 마일영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볼넷과 안타를 얻어맞으며 위기를 자초했고 결국 오넬리 페레즈의 블론세이브로 경기는 3-6 재역전패로 끝났다. 이날 경기 후 정민철 투수코치는 "그런 식으로 해서는 쉴 자격이 없다"며 월요일 휴식일에도 마일영을 훈련시켰다.
그 이후부터 마일영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5월31일부터 12경기에서 2승4홀드 평균자책점 0.73이라는 가공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12⅓이닝 동안 볼넷은 6개에 불과하다. 절반이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이 기간 동안 11명의 승계주자를 물려받아 한명도 홈으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승계주자 실점률 제로. 구원투수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한 것이다. 어느덧 시즌 평균자책점은 5점대(5.92)까지 떨어졌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5월 중순 마일영이 볼넷을 남발할 때마다 그를 혹독하게 다뤘다.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가면 눈도 마주치지 않고 공을 빼앗았다. 따로 불러 호통을 치기도 했다. 마일영은 그런 정 코치에게 "화나게 해서 죄송하다. 훌륭한 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코치는 "감독님께서 일영이를 계속 내보낸 건 그만큼 믿음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가는 피칭만큼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작 한 감독은 시즌 초반 부진했던 마일영의 계속된 투입에 대해 "(좌완 투수가) 없으니까"라는 농담반 진담반을 던진 뒤 "많이 좋아졌다. 이제 직구에 힘이 붙으니까 피해가지 않는다"고 흡족해 했다. 마일영은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들쭉날쭉한 편이다. 지금보다 더 좋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지난해 허리 수술을 받은 여파에서 벗어나 이제 정상적인 상태를 회복하고 있다"며 "일영이는 이미 검증된 투수다. 원래 이 정도는 하는 투수였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믿음이 담긴 따끔한 질책이 알 수 없는 부진에 빠졌던 선수를 깨웠다. 한 선수가 살아났고 덩달아 팀도 승승장구했다. 코칭스태프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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